19세기 말 유럽의 미술계는 큰 변혁기를 맞이하게 됐다. 이 시기에 에곤 쉴레(1890~1918)가 태어났고 독일의 표현주의와 비엔나 분리파, 야수파, 다다, 초현실주의 등의 예술운동이 진행되었으며, 사회적으로 산업혁명의 부정적 부산물로 상업이 발달하면서 향락과 소비문화의 온상이 되기 시작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도시인들이 극히 원초적인 향락문화에 빠져들면서 거리에는 창녀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지극히 사회적 변화에 민감한 예술가들 중 유독 화가들은 에로티시즘을 표현하는 작품의 모티브로 이러한 환경을 활용했다. 특히 표현주의 화가들은 남성적이며 힘차고 억제되지 않은 자유로운 성욕의 표현을 에로틱하게 나타냈다. 그 중에서도 화가 에곤 쉴레는 정신분석학이 태동한 비엔날레가 그의 주요 작품 무대였으므로 이러한 환경과 밀접한 관련을 가졌으며, 성(性)과 자아에 대한 도취는 새로운 정신분석학과 연관을 맺는 계기가 됐다.
독일 표현주의자들은 누드를 통해 가슴속에 품고 있던 내적 긴장과 충동을 표현했다. 키르히너, 에릭 헤켈과 같은 화가들은 푸줏간을 임대해 누드 데생에 몰두하며 육감적인 것이 지니는 격렬함과 강렬함 등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는 그들이 혐오했던 부르주아 계급의 엄격한 성도덕과 극단적인 대립에서 오는 혐오와 증오감을 대변해 주었다.
노란 담요 위 구겨진 흰 시트에 한 쌍의 연인이 팔을 감은 채 엉켜 있다. 여자의 머리는 베개 너머로 흩어져 있으며, 얼굴을 돌리고 있는 자세에서는 서로의 얼굴이 겹쳐질 정도로 밀도감 있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자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는 여자의 자세는 쉴레의 친구이자 선배였던 클림트의 그림 〈키스〉를 연상케 해 준다. 이처럼 그의 작품은 여러 면에서 클림트와 흡사한 점이 많다. 그 중 작품 〈포옹〉은 쉴레 특유의 비틀림이 내재된 그림으로 부드러운 일체감은 단순히 성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여타의 회화 및 드로잉과는 약간의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결혼생활에 대한 쉴레의 만족감을 그림으로 반영해 주는 요소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세계대전 후 유럽을 휩쓴 스페인 독감으로 임신 6개월 된 아내 에디스가 사망하자 쉴레도 3일 후 숨을 거두고 만다. 그때 그의 나이는 28세였다. 내면세계와 본성을 과감하게 드러낸 그의 작품들이 인간의 본성 중 가장 근원에 자리하는 성을 죽음과 융화시켜 표현함으로써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와 찬사를 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일이었다.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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