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운동과 건강] (10) 인라인스케이트 마니아 박해영씨

"허리 통증, 인라인스케이트로 말끔히 고쳤죠"

박해영(41'여'이유림헤어 운영)씨는 한때 허리 통증이 평생 괴롭힐 것 같은 기분 속에 살았다. 지긋지긋했다. 제자리에 앉아서 10분을 버티기가 어려웠고 항상 베개로 허리를 받치거나 벽에 기대 앉아야 했다. 20년 가까이 아프다 보니 그냥 그러려니 자포자기한 채 통증을 참으면서 살았다. 인라인스케이팅이 아니었다면 지금도 "아이구, 허리야" 하며 신음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녀는 운동 마니아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무척이나 즐겼다. 초등학교 다닐 때도 수학시간보다 체육시간을 더 기다리던 아이였다. 당시에는 태권도를 즐겼고 고교에 들어가면서 육상을 잠깐 하기도 했다.

스무 살이 넘으면서 평소 관심이 있던 유도에 입문했다. 하지만 막상 좋아했던 유도가 그녀를 고통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훈련을 하면서 어깨와 척추 등이 잇따라 부러졌는데 그것이 원인이 돼 허리 통증으로 이어졌다. "자꾸 부상을 당하니까 덜컥 겁이 나서 그만두었지요. 하지만 그때부터 허리가 심심찮게 쑤시더라고요."

허리 통증 완화에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영을 배우기도 했다. 그러나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다리도 당기기 시작해 걸을 때도 편하지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조금이나마 편하게 걸으려고 운동화만 신었다.

참다 못한 8년 전에 MRI를 찍었다. 역시나 디스크였다. "통증 때문에 가끔 X-ray를 찍었는데 X-ray 상에서는 디스크가 크게 나타나지 않더라고요. 디스크가 좋지 않다는 확신이 들자 MRI를 찍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의사는 4, 5번 척추뼈의 추간판이 완전히 무너졌을 정도로 심한 상태라고 했다.

운동 종류를 바꾸면 좀 낫지 않을까 싶어 시작한 것이 달리기였다. "달리기가 유산소운동이라 살 빼는 데 좋잖아요. 살을 빼면 허리에 무리가 덜 가니까 디스크가 좀 완화되지 않을까 생각했죠." 6개월가량 매일 퇴근 후 동촌 강둑에서 10㎞를 뛰었다. 하지만 잘못된 선택이었다. 허리는 더 아팠고 다리도 더 당겼다. 담당 의사도 증상이 심해지니까 달리기를 그만두라고 경고했다.

"달리기를 못하니 답답해 그냥 강둑에 가서 걷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4년 전이었죠.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그 모습이 무척 멋있어 보였어요. 바로 인라인 스케이트 동호회에 가입했죠."

그것이 그녀에게 새 삶을 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배운지 8개월쯤 지나자 자신의 몸에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라, 허리가 예전보다 덜 아프네. 앉아 있어도 크게 안 아프네'라고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배운지 2년이 지나자 통증은 전혀 없어지고 다리 당김도 사라졌다. 담당 의사도 그녀가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뒤늦게 알고 놀라워했다.

"보통 저같이 디스크가 심각한 경우는 몇 년 뒤에 수술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하더라고요. 상태가 악화되지 않은 게 인라인스케이팅 덕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담당 의사도 꾸준히 타라고 추천하더군요." 인라인은 수평 운동이어서 계속할수록 허리 근육이 발달하고 허벅지가 탄탄해졌다.

그녀는 비가 오지 않는 한 매일 대구공항 주차장에 가서 1시간 30분가량 인라인 타기에 매달린다. 요즘은 딸과 같이 타니 더욱 즐겁다. "예전에는 허리가 아프니까 신경이 무척 날카로웠어요. 짜증도 많이 냈고요. 하지만 지금은 기분이 상쾌하고 성격도 몰라보게 활달해졌죠. 딸도 예전에는 제가 조금만 움직여도 '어이구, 허리야' 했는데 지금은 전혀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고 좋아해요. 이제는 허리 때문에 인라인을 그만둘래야 그만둘 수가 없게 됐죠."

인라인스케이팅을 통해 허리 통증이 사라지면서 평소 즐기던 자전거와 마라톤 성적도 급격히 좋아졌다. 급기야 지난달 2010 전국 아마추어 신(新)1인3종 경기대회 여자그룹에서 우승까지 차지했다. 앞으로 그녀는 인라인 108㎞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목표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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