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숲] 숲 치유…내 몸을 깨우는 초록친구들

대구 수성구정신보건센터는 정신질환자와 그들을 돌보는 가족들의 정서적 안정을 위해 2005년부터 숲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센터 회원과 가족들이 참여하는 숲치유 프로그램은 한여름과 한겨울을 제외하고 매월 한차례 달성군 가창면에 있는 루소의 숲에서 진행된다. 올해는 벌써 네번의 행사가 열렸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숲속에서 음악을 듣거나 맨발로 산책하는 방법을 통해 자연과 동화된 시간을 즐긴다.

숲에서 건강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숲치유 프로그램이 의학치료를 보완하는 자연요법으로서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우울증 환자, 알코올 중독자, 인터넷 중독자 등을 대상으로 한 숲치유 프로그램이 전국 곳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알레르기 원인균 차단 등 효과

숲이 건강증진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나무의 향기와 수액에 포함된 피톤치드 때문이다. 피톤치드는 테르펜계 물질로 소염'소독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숲에서 자란 아이들에게서 아토피가 발견되지 않는 것은 피톤치드가 알레르기 원인균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때문. 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의 분비를 감소시켜 심리적 안정도 가져다준다.

숲에는 음이온도 많다. 숲에는 도심에 비해 14~70배 많은 음이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음이온은 몸이 산성화되는 것을 막고 혈액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숲은 소리와 색깔로 사람의 감각도 일깨운다. 숲에 있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

◆우울증·ADHD 증상 개선

수성구정신보건센터에 따르면 환자들의 상당수가 숲치유 프로그램에 다녀온 뒤 정신적 안정도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8년 국립산림과학원과 서울백병원은 경증 우울증 환자를 4주간 숲속에서 걷게 한 뒤 우울증상을 측정한 결과 상태가 크게 호전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도 숲속에서 치료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한양대병원과 녹색문화재단이 2007~2008년에 걸쳐 ADHD 아동 15명과 부모를 대상으로 9차례 '숲치유 캠프'를 진행한 결과 부정적인 대인관계가 개선되고 친사회적 행동이 증가했으며 부모의 양육 스트레스도 호전됐음을 확인했다.

◆'치유의 숲' 조성 붐

치유의 숲은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산림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조성한 숲을 말한다. 숲이 가지는 치유의 기능에 주목한 점이 기존 삼림욕장이나 자연휴양림과 구별된다.

최근 부산시 해운대구는 563억원을 투입해 석대쓰레기매립장에 조성할 해운대수목원을 치유의 숲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62만8천㎡ 규모(2016년 완공)로 건설되는 치유의 숲에는 장미'허브'방향식물 등으로 구성된 치유의 정원과 체육공원 등이 들어선다.

전남 장흥군은 억불산을 치유의 숲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45억원을 들여 2012년까지 억불산 일대 100ha에 음이온 발생 폭포, 억불산 정상까지 장애인이 휠체어를 이용해 갈 수 있도록 경사를 대폭 낮춘 산책길, 아토피 등 환경성 질환자의 면역력을 길러주는 세러피(therapy'치료)센터 등을 만들 계획이다.

지난해 산림청으로부터 치유의 숲 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전남 장성군도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축령산을 치유의 숲으로 가꾸고 있다. 2011년까지 고혈압'뇌졸중'아토피질환자 등을 위한 휴양센터와 건강증진센터, 세러피 로드 등이 조성된다.

◆독일은 숲 치유 의료보험혜택

독일은 숲치유에 의료보험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의사 처방이 있으면 숲치유 비용이 무료다. 처방을 받지 않고 숲치유 프로그램에 참가한 경우에도 일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독일의 숲치유 프로그램은 스키 폴대를 양손에 쥐고 숲길 걷기, 나무에서 추출한 정유 성분을 따듯한 물에 풀어 목욕하기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독일 정부가 자연요법에 지원하는 건강 보험료는 연간 8천억원에 이른다.

캠핑 문화가 발달한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캠핑이 치유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1901년 뉴욕주립병원 의사인 맥도날드에 의해 시작된 캠핑 치유는 청소년 범죄자나 여성 수감자를 대상으로 한 교화프로그램으로 확장되고 있다.

일본은 2004년 산업체'대학'연구기관'정부기관이 참여한 산림세러피연구회를 발족시킬 만큼 숲치유를 권장하고 있다. 산림세러피연구회는 숲이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밝혀내고 각 지역의 좋은 숲을 산림 세러피 기지로 인증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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