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숨어 있는 샘

샌디 바우처 지음/김정학 옮김/바움 펴냄

결장암 3기를 선고받은 지은이 샌디 바우처의 명상치유 경험을 기록한 책이다. 지은이는 '초기에 암을 발견한 사람은 마음 공부와 명상수련을 통해 암을 치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에게 닥친 '암'이라는 불운을 종교(불교)적 신념과 명상수련을 통해 극복한 과정을 담고 있다. 책은 그녀가 암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생활을 했는지, 어떻게 불교에 귀의했고, 불교의 가르침을 자신의 생활과 사회운동으로 적용해나가는 지를 보여준다.

1995년 10월 결장암 3기 진단을 받았을 때 샌디 바우처는 자신을 동정하며 울었다.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들(가족, 일, 우정, 인간관계 등)이 변화와 불확실성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샌디 바우처 역시 여느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닥친 암을 부정했다. 사실을 인정한다는 것은 곧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피한다고 회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인정하고, 매 순간 순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자각했다. 그리고 매 순간 집중하기 위해 미국의 테라바다불교 제1세대 스승인 루스 데니슨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녀는 그의 도움을 받으며 치유와 불교수행을 시작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암으로 자신의 삶에 생긴 변화와 그 과정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결장암 3기, 지옥 같은 여정 속에서 그녀는 불굴의 용기와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며, 우리가 삶을 이어가게 할 수 있는 수행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그녀가 이 책에서 역점을 두고 말하는 것은 제행무상(諸行無常:우주의 모든 사물은 늘 돌고 변하여 한 모양으로 있지 않다)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지은이가 우주 삼라만상이 제행무상하다는 것을 깨우쳐가는 마음공부 과정에 관한 책인 셈이다.

책 '숨어 있는 샘'은 '삶은 대결이 아니고 포용이다.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를 인정해주는 것이다. 고마운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병 치유의 첫걸음이다. 평화와 삶의 기쁨을 천부적인 권리라고 생각하라. 분노를 다스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어떤 상황에서든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라. 사랑하고, 사랑받고, 또 가르쳐주라'고 강조한다. 지은이는 세상 모든 사람과 사물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아픔과 기쁨에 동조하고 다른 생명을 위해 공헌하는 자세를 가지라고 권유한다.

이 책을 번역한 김정학 영남대학교 천마 아트센터 총감독은 "10년 전 캐나다에서 살던 시절 이 책을 접했다. 암으로 고통 받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신념, 지은이 샌디 바우처에게 일어난 기적 같은 일이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도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끙끙 앓아가며 번역했다"고 밝혔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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