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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진의 '과학으로 진화하는 축구'] 드리블·킥·균형유지에 족궁이 핵심

축구는 스포츠 과학의 발달로 진화하고 있다. 스포츠 과학은 축구 선수들에게 개개인의 특성을 살린 장비를 갖추게 하고, 최첨단 장비의 개발을 가능케 했다. 이 덕분에 축구 선수들의 기량은 예전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 계명대 체육학과 김기진 교수가 축구에 담긴 과학적인 요소들을 12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1) 발의 과학적 구조

발은 얼굴의 볼, 손과 함께 신체 중 감각이 가장 뛰어난 부위이지만 냄새 때문에 가장 무시당하는 곳이기도 하다. 발은 월드컵을 통해 4년마다 화려한 드라마를 연출하며 전 세계인을 흥분시킨다. 발의 예술을 창조하는 축구선수는 엄청난 부와 명예를 얻으면서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발은 한쪽을 기준으로 14개의 작은 뼈를 바탕으로 근육과 인대들이 섬세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발은 체중을 지탱하면서 인체구조상 주춧돌을 이루고 일상생활은 물론 운동할 때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발은 큰 몸집을 이동시키고 점핑 후 착지할 때 충격을 완화시키며 균형을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한 신비스러운 건축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수한 축구선수가 되려면 부모에게서 훌륭한 발의 구조를 물려받아야 한다.

발의 구조 중 균형 유지와 충격 완충의 주된 역할을 하는 것이 족궁(아치)이다. 족궁은 인간의 구조적인 특성을 잘 나타내는 요인으로, 포유동물 중 인간에게 가장 잘 발달해 있다. 해부학적으로 족궁은 발가락부터 시작해서 족근골에 해당하는 종골(발뒤꿈치를 형성)에 이르는 전·후, 족근골 일부와 중족골(발바닥의 대부분을 형성)이 형성하는 좌·우 등 네 부분으로 나눠진다. 강력한 인대와 건막에 의해 뼈를 결합해 전·후 및 좌·우의 족궁이 적절한 높이와 각도를 이루고 있다. 족궁의 높이는 개인에 따라 다양한 차이를 가지며 하루 중 시간대에 따라서도 경미한 차이를 나타낸다.

족궁만으로 운동능력을 판단할 수는 없다. 족궁이 없는 편평족은 신체균형을 유지하기 어렵고, 장시간 운동하면 쉽게 피로해져 운동지속능력이 떨어지고 상해를 입을 가능성도 높다. 족궁이 지나치게 발달해서 그 각도가 큰 경우에도 전체 평형을 이루지 못해 발바닥 중 일부분의 부위에만 지나치게 체중에 의한 하중이 주어지기 때문에 상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축구선수들의 경우 족궁은 달리기 혹은 드리블 과정에서 신체적 균형을 이루게 하며 가장 중요한 기술인 킥을 할 때 차는 발보다 딛는 발의 방향, 균형 및 위치가 정확하고 빠른 슈팅을 가능하게 한다.

편평족을 가진 선수들은 특수한 형태의 신발을 사용한다. 편평족의 발생은 주로 유전적인 특성에 의해 나타난다. 족궁은 발의 뼈들을 연결해주는 강력한 인대의 결합에 의해서 형성되기 때문에 인대가 약화되거나, 불안정한 자세의 습관을 오랫동안 유지하거나, 신발의 크기가 부적절할 경우와 같이 후천적인 영향에 의해서 생겨나기도 한다. 포르투갈의 에우제비오는 편평족이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축구선수가 됐다. 축구선수가 아니더라도 발이 편해야 만사가 편할 것이다. 발이 신체의 일부로서 위대한 존재임을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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