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친구들 손잡고 꾀꼬리와 뻐꾸기 노랫소리 들리는 숲길을 산책하며 하루를 시작하지요."
영천 대창면 어방리 산속에 있는 초등 대안학교 '나무와 학교' 학생들의 생활이다.
10만여㎡에 이르는 교정은 느티나무, 단풍나무 등이 가득한 푸른 숲이다. 학교 들머리 산자락엔 빨간 수련이 핀 아담한 연못이 있어 마치 프랑스 화가 모네의 그림을 보는 듯 아늑한 느낌을 준다. 이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 13명은 매일 산새소리와 바람소리 들리는 숲속에서 들꽃과 나비를 보며 꿈을 키워간다.
숲속 학교에서 생활하다 보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 지난해 펴낸 작은 시집에서 어린이들은 나무, 새소리, 바람소리, 새싹, 낙엽 등을 소재로 동심의 세계를 그려냈다. 어린이들은 봄에 심은 씨앗에서 새싹이 나와 꽃이 피는 과정을 보며 계절의 변화를 체감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과정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간다.
오전 수업은 말과 글, 수 놀이, 외국어, 우주 등 주로 실내에서 기초과목을 배운다. 교내 농장에서 직접 기른 친환경 채소를 재료로 마련한 점심도 먹을 만큼 가져간 뒤 남기지 않는다. 오후엔 음악, 미술, 집중탐구, 생태농사, 지역탐방 등 예술이나 야외활동 수업을 한다. 농사시간에는 텃밭에 상추, 감자, 파, 고추 등을 심은 뒤 물을 주고 자라는 과정을 보며 기다림과 땀의 소중함을 체험한다. 살림시간엔 요리, 바느질 등을 통해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스스로 마련하기도 한다.
전현주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외우게 하거나 답을 바로 가르쳐 주지 않고 기다리면 아이들이 더 지혜로운 길을 찾게 된다"며 "스스로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른 아이들은 나중에 어떠한 어려움에 부딪혀도 충분히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천'민병곤기자 min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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