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동안 오직 한길로 안경을 보관하는 케이스와 안경닦이(클리너)를 모두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기업은 국제 안경케이스(대표 서명희)가 유일하다.
◆국내외 유명 안경브랜드들이 '단골'
대구 북구 검단공단에 있는 이 회사가 만든 '바늘과 실 ' 같은 안경 케이스와 클러너는 국내외 유수 안경업체의 주문에 따라 맞춤형 생산을 하고, 세계 7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렌즈 회사인 에실러와 니콘, 호야 등에는 안경 클리너를, 루비통, 앙드레 김 등에는 안경 케이스를 주문받아 맞춤 생산하는 등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국내외 유명 안경메이커 약 6천여곳이 이 회사 제품을 인정해 주문하고 있을 정도로 이 업계에서는 유명한 '알짜 강소기업'이다.
국제안경케이스는 대구 섬유 경기가 좋았던 1977년 간호사로 근무하다 퇴직한 서명희(56·여)씨가 당시 섬유업을 하던 남편 윤원택(62)씨로부터 부업 삼아 시작했던 것이 본업이 됐다.
서 사장은 창업 당시 습자지 같은 얇은 종이에 성애 제거제를 섞어 안경을 닦던 것을 1980년대 초반 남편이 섬유 원단으로 닦으면 더 깨끗하게 잘 닦일 것이라고 권해 면으로 만든 클리너를 생산해 히트를 쳤다. 이후 1990년대 중반 동양나일론과 공동연구개발을 통해 미세한 극세사 클리너를 개발해 생산 판매했다. 지금은 머리카락의 100분의 1 정도의 특수분할사 초극세사로 만든 클리너를 생산하고 있다.
안경 케이스도 창업 초기에는 단순하게 비닐로 만든 주머니식이나 지갑식 등 3, 4가지에 불과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이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저가 안경시장을 장악하면서 안경 케이스도 중국에서 값싼 것을 대량생산하자 국내 안경케이스 공장은 날로 경쟁력을 잃어갈 수밖에 없는 어려움에 처했다.
또 안경케이스도 유행이 바뀌고 소재가 플라스틱에서 메탈로 바뀌는 등 안경산업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변신을 거듭해야만 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중국과 경쟁력을 갖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중국이 뒤따라오자 제품의 차별화를 위해 안경 케이스에 스크린 인쇄나 디지털 프린트를 해야 했고 그때마다 비싼 독일제나 일본제 기계와 설비를 들여와야만 했다.
서 사장은 "국내 안경산업이 중국으로 대거 이동하면서 외국 바이어들도 중국으로 대부분 따라가면서 국내 안경 관련 산업이 붕괴되다시피 했던 1990년대 중반 이후 약 10여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우리 회사만의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독특한 회사 분위기가 경쟁력
이 회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독특하다. 사장 명함에는 아무런 직책이 없다. 서 사장은 이 회사에서 총무로 통한다. 주로 영업을 담당하는 남편 윤씨도 직함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자신들을 과시하지 않고 낮추면서 살겠다는 의도지만, 모든 직원들이 상황에 따라 사장이 될 수 있고 때론 생산직 평사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안경케이스는 한때 70여명이던 직원들이 시설 자동화 등으로 20여명으로 줄었다. 국내외에서 주문이 폭주해도 물량을 소화해낼 수 있는 것은 외주뿐만 아니라 포장 등 단순한 공정은 가정주부나 장애인, 노인들에게 일을 맡기기 때문이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서 사장은 더불어 살고 싶어 장애인들이나 시니어클럽 노인들에게 일감을 주고 자립을 도와주는 일을 창업 이후 계속 하고 있다.
회사 분위기도 가족 같다. 이 때문에 한 번 입사하면 직장을 잘 옮기지 않는다. 10년 근속자는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다. 이 회사 직원들은 대부분 적금을 들고 있다. 지금은 희망자에 한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월급봉투에서 일정액을 우선 떼내 저금을 하는 1인 1통장 갖기를 했다. 회사에서 자금관리를 해 준 덕분에 목돈을 만진 직원들이 많다. 회사는 큰돈을 벌지 못했다고 한다. 시설 재투자와 디자이너가 5명일 정도로 인력에 대한 투자를 해 왔다.
이 같은 독특한 경영과 회사 분위기로 인해 그동안 한 번도 클레임이 걸린 적이 없을 정도다. 제품의 경쟁력과 신용으로 그동안 외상 거래를 하지 않을 정도로 자사 제품에 자신감이 있다.
서 사장은 "앞으로도 제품의 경쟁력을 더욱 키워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도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회사를 법인화해 같이 고생했던 직원들과 보람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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