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이 그동안 차례로 개최해오던 세계 문명전 네 번째 전시를 그리스 특별전으로 정했다. '그리스의 신과 인간'이란 주제로 대영박물관에서 대여한 유물 136점을 전시하고 있는데 그리스 미술에 나타난 인간의 모습을 통해 고대 인본주의 사상을 조명하는 것이 기획 의도라고 밝히고 있다.
전시는 모두 4부로 구성되었다. 1부 에서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전시한다. 제우스와 헤라 등 올림포스 신들과 영웅 헤라클레스 상은 인간의 모습인데 반해 괴물들은 야만적이고 초자연적인 모습을 통해 나타낸 고대의 상징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2부 에서는 이상화한 신체를 보여준다. 그리스 미술에서 남성은 일반적으로 나체로, 여성은 착의로 표현한 관례가 있는데 기원전 6세기까지의 인체가 지닌 추상적인 형태 파악의 단순한 모습과 기원전 5세기부터 자연스러운 자세로 발전해가는 모습을, 특히 조각상을 통해 비교해 볼 수 있는 점이 흥미롭다. 회화에 대한 참조는 모두 도기에 표현된 그림을 통해 볼 수밖에 없는데 균형과 비례 그리고 리듬을 중시한 그리스 미술의 특징을 파악하기에 충분하다.
3부 는 고대올림픽 제전이 개최된 올림피아의 축소 모형과 함께 각종 운동 경기 모습을 재현한 조각과 도기화들을 제시한다. 당시 운동 경기는 전쟁을 위한 훈련의 일환이기도 했지만 건강한 신체를 아름다운 정신의 상징으로 동등히 여겼던 그들의 사상을 음미해볼 수 있다.
4부 은 탄생과 성장, 결혼, 그리고 전쟁과 죽음이라는 일상의 주제들을 조명하는데 도기와 장신구, 갑옷과 투구, 묘지석 등의 자료를 통해 그들이 살았던 삶의 다양한 측면을 보여준다.
그리스 미술은 유럽미술사의 원류로서 중세와 르네상스, 근대의 신고전주의 시대로까지 면면히 이어오는 모든 장르의 전통 속에 그 연원을 탐색할 수 있다. 또한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사업으로 일어난 민족 간의 문화 교류는 심지어 인도, 중국 등 아시아 미술에서까지 그 영향을 반향하게 했다.
이번에 온 작품 중에는 '원반 던지는 사람' '아프로디테' 등과 같이 유명한 주제의 조각들을 비롯해 고전기 도기화가 다수 포함되어 있어서 서양미술사의 첫 장을 실물로 감상하는 좋은 기회다. 그런데 그리스 미술로 알려진 대리석 조각들은 실은 로마시대에 다시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를 감안하면 오히려 보잘것없어 보일지 모르는 작은 청동 조각들이 고전기 미술의 원형을 더 잘 간직하고 있어서 더욱 눈여겨볼 만하다. 홈페이지(http://www.museum.go.kr) 참조.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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