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겨도 끝장… 벼랑 탈출" 그리스 vs 나이지리아

벼랑 끝에 서 있는 그리스와 나이지리아가 17일 오후 11시 해발 1,400m의 남아공 블룸폰테인에 있는 프리스테이트 스타디움에서 16강 진출의 희망을 건 혈투를 벌인다. B조에 속해 한국과 아르헨티나에 일격을 맞은 두 팀은 이날 경기에서도 지면 조별리그 탈락이다. 유일한 희망은 이겨 승점 3점을 챙기는 길뿐이다. 비겨도 사실상 보따리를 싸야 하는 형편. 우승권 전력의 아르헨티나가 버티고 있어 조 2위로 남은 16강행 티켓 한장을 거머쥐기 위해서는 무조건 이겨야 3차전을 기약할 수 있다. 두 팀은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만 하는 절박함에 내몰려 있다.

아르헨티나에 0대1로 패한 나이지리아는 한국전을 통해 드러난 그리스 수비진의 느린 발을 파고들어 대량 득점을 노린다. 공격에서 한수 아래로 판단한 한국에 2골을 허용한 만큼 3골 이상을 터뜨려 골득실까지 챙기겠다는 전략. 오뎀 윙기(로코모티브 모스크바), 오바페미 마틴스(볼프스부르크), 야쿠부 아이예그베니(에버턴) 등이 개인기와 순발력을 앞세워 골 사냥에 나선다. 딕슨 에투후(풀햄), 루크먼 하루나(AS모나코)는 역습을 노린다. 골문은 아르헨티나전에서 메시의 유효슈팅 4개를 방어하는 등 8번이나 동물적 감각으로 골대를 향한 유효슈팅을 막아낸 수문장 빈센트 에니에아마(하포엘 텔아비브)가 지킨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전에서 보인 전력은 그다지 매섭지 못했다. 막강 공격력을 자랑하지만 유효슈팅수는 단 1개에 그쳤다.

한국에 일격을 당했지만 그리스 역시 남의 잔치에 구경꾼 노릇은 하지 않겠다는 각오다. 평균 184.9㎝의 큰 키와 다부진 체격조건으로 제공권 다툼과 세트피스 상황에서 강한 그리스는 한국에 전반 초반 실점하는 바람에 특유의 힘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나이지리아에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 전술을 가다듬고 있다.

특유의 '질식 수비'와 미드필더진의 유기적 호흡으로 나이지리아의 공격력을 무력화시킨 뒤 게카스(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의 돌파에 이은 득점을 노린다. 게카스는 한국전에서 위력적 터닝슛으로 간담을 서늘케 했다. 세트피스와 프리킥을 전담하는 요르고스 카라구니스(파나티나이코스)의 발끝 감각이 살아난다면 에니에아마도 손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

선제골만 만들어내면 소티리오스 키르기아코스(리버풀)와 종아리 부상으로 1차전에 빠졌던 방겔리스 모라스(볼로냐) 등이 지휘하는 수비진을 나이지리아가 뚫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 입장에서는 일단 그리스가 나이지리아를 꺾는 것이 더 긍정적이다. 나이지리아가 2패를 당하게 되면 16강 진출이 물건너가 우리와의 3차전에서 집중력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나이지리아가 승리할 경우 한국은 홈이나 다름없는 축구팬들의 광적인 응원과 사기가 오른 나이지리아의 파상공세를 대적해야해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된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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