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잡한 마음을 비우고 자아를 성찰하는 데는 템플스테이만한 것이 없다. 템플스테이(Temple Stay)는 사찰에서 묵으며 마음의 휴식을 찾는 체험 여정이다. 새벽에 일어나 맑은 음식으로 공양을 하고 참선으로 속세의 번뇌를 내려놓는다. 고즈넉한 숲길을 산책하면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고 차 한잔을 음미하며 소중한 인연을 엮어가기도 한다. 종교를 떠나 누구나 즐기는 휴양문화로 자리 잡은 템플스테이의 세계로 안내한다.
◆현황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 홈페이지(www.templestay.com)에 등록된 템플스테이 운영 사찰은 전국적으로 110여곳에 이른다. 지역에서는 대구 동화사'파계사'유가사, 의성 고운사, 경주 골굴사'기림사, 문경 대승사, 구미 도리사, 고령 반룡사, 안동 봉정사, 경산 선본사, 성주 심원사, 예천 용문사, 영천 은해사, 영덕 장육사, 김천 직지사 등 16개 사찰이 등록돼 있다.
과거 여름휴가 기간에 집중적으로 진행됐던 템플스테이가 지금은 계절 구분 없이 실시되고 있다. 템플스테이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연중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 프로그램도 참선과 명상을 중심으로 하는 수행형, 사찰 주변의 수려한 자연환경 속에서 야생화 탐사'숲 체험 등을 하는 생태체험형, 숲길을 거닐면서 자연과 대화를 나누고 자아를 성찰하는 휴식형, 연등 만들기와 사경'탁본 등을 배우는 불교문화체험형, 외국인들이 짧은 시간 한국의 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한 템플라이프 등으로 다양해졌다.
저변도 많이 넓어졌다. 참가자의 70% 정도가 믿는 종교가 없거나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일 만큼 템플스테이가 범종교적 문화로 자리매김했다. 또 외국인과 어린이'청소년들의 참가도 늘고 있으며 수련회 대신 템플스테이를 통해 단합을 도모하는 기업과 단체도 많아졌다. 직지사에 따르면 올 들어 순천향대 구미병원, 유한킴벌리 김천공장, 한국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이 단체 템플스테이를 가졌다. 서주찬 직지사 템플스테이 팀장은 "최근 기업들의 수련회 문화가 바뀌고 있다. 호텔 등에서 하는 수련회 대신 템플스테이를 선택하는 이유는 템플스테이가 자신을 돌아보고 재충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템플스테이 기간은 1박 2일, 2박 3일, 3박 4일이 대부분이다. 비용은 프로그램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1박 2일 성인 기준으로 1인당 5만원 정도다. 숙식은 공동으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다. 잠은 남녀 구분해서 함께 잔다. 사찰에 따라 가족 단위 참가자들에게 개별적인 방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떠나기 전 챙겨야 할 것
템플스테이를 하려면 예약은 필수다. 프로그램마다 인원이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사찰마다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기간이 다르므로 미리 확인한 뒤 예약을 해야 한다. 예약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여름 휴가철의 경우 최소 보름전에 해야 참가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찰에서 참가자에게 수련복을 제공하고 있지만 편안한 복장과 신발은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특히 어린이에게 수련복을 따로 지급하는 곳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아이 옷은 꼭 챙겨야 한다. 수건을 비롯한 세면도구도 가져가야 한다. 차량은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이용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예불은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다. 종교가 달라 예불 참석이 부담스러우면 미리 사찰에 얘기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경우 참가자가 원하지 않으면 예불 참석을 강요하지 않는다.
◆지역 사찰 프로그램
동화사와 직지사는 템플스테이를 상시적으로 운영한다. 동화사의 경우 공양간(밥 먹는 곳) 신축공사로 1월 이후 잠시 중단했던 템플스테이를 6월부터 본격적으로 재개했다. 6월에는 '숲속명상템플스테이'(19~20일), '다도체험'(27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전통문화체험템플스테이'(26~27일), 이주노동자를 위한 '마하붓다 이주민템플라이프'(27일)가 운영된다.
7월에는 '숲속명상템플스테이'(3~4일), '다도체험'(4, 18일)과 함께 초'중'고'대학생을 위한 여름 수련회를 개최한다. 초등부 여름수련회는 23~25일, 중'고등부 여름수련회는 17~19일, 대학'일반인을 위한 여름수련회는 28일~8월 1일 진행된다.
8월에는 '다도체험'(8, 15, 22일)과 초등학교 4~6학년을 대상으로 한 '영어캠프'(9~15일, 16~22일), '스페인 18기무술템플스테이'(3~8일)가 열린다. '스페인 18기무술템플스테이'는 18기를 배우는 스페인 사람들에게 한국 불교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지난해에는 백담사에서 열렸다.
직지사는 '느림과 비움, 그리고 나눔' '오유지족' '휴식형 템플스테이' '단체 템플스테이' '학생 템플스테이' '야단법석 템플라이프' '김천직지 나이트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두고 있다. 숲길 산책 등을 하는 '느림과 비움, 그리고 나눔'과 '오유지족'은 매월 둘째 또는 넷째 주말 실시된다. 1박 2일(토'일) 일정인 '느림과 비움, 그리고 나눔'이 연중 실시되는 데 비해 2박 3일(금~일) 일정인 '오유지족'은 주로 7, 8월에 열린다.
'휴식형 템플스테이'는 참가자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새벽에 일어나 예불에 참석해야 할 의무도 없다. 1박 2일~3박 4일까지 자유롭게 신청한 뒤 휴식을 즐기면 된다. '단체 템플스테이'와 '야단법석 템플라이프'는 20명 이상 신청이 들어왔을 때 진행된다. '야단법석 템플라이프'는 낮에 2시간 정도 절에 머물면서 연등달기 등을 체험하는 것이다. 야단법석이라는 말처럼 경건해야 할 절에서 어느 정도의 수다가 허용된다. '학생 템플스테이'는 여름'겨울방학 동안 진행되며 올 여름의 경우 7월 23~25일 중'고등학생, 27~29일 초등학생 산사체험이 열린다. '김천직지 나이트투어'는 김천시, 김천문화원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다른 사찰과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눈길을 끄는 곳은 골굴사다. 골굴사는 불교 전통수련법인 선무도(禪武道)의 총본산으로, 골굴사 템플스테이는 선무도로 시작해 선무도로 끝난다. 아침 공양을 마치면 선무도 수련 가운데 하나인 요가와 기공을 하고, 108배를 통해 나태한 삶을 돌아보며 참회의 시간을 갖는다. 저녁 예불을 올린 뒤에도 선무도 수련과 참선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골굴사 선무도템플스테이는 연중 실시되며 일정도 제한이 없다. 한 달 또는 두 달 이상 머물면서 선무도를 익혀도 된다. 골굴사 보림법사에 따르면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찾고 있으며 장기간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개인 참가자에게는 2인 1실, 가족단위 참가자에게는 4, 5인용 방이 제공된다.
◆알아두면 좋을 산사 예절
산사에서 지켜야 할 도리와 예절 등을 알고 가면 템플스테이가 한결 수월해진다. 사찰에서 하는 발우공양은 식사가 아니라 수행의 한 과정이다. 따라서 발우공양할 때 지켜야 할 예법이 있다. 발우공양에는 4개의 그릇이 사용된다. 가장 큰 그릇은 밥그릇, 두번째는 국그릇, 세번째는 청수그룻, 가장 작은 것은 찬그릇이다. 행자가 청수물을 돌리면 밥그릇에 물을 받아 국그릇과 찬그릇을 헹군 뒤 청수그릇에 붓는다. 밥과 국 등은 먹을 만큼만 담아 남기지 말아야 한다. 김치 한 조각만 남기고 소리 없이 음식을 다 먹고 나면 숭늉을 준다. 남겨둔 김치와 숭늉으로 밥, 국, 반찬 그릇을 깨끗이 닦은 뒤 김치와 숭늉을 모두 먹어야 한다. 발우공양이 남는 것도, 버릴 것도 없는 친환경 식사법으로 꼽히는 이유다.
묵언(默言)과 안행(雁行), 차수(叉手)는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사람들이 수련기간 내에 지켜야 할 행동 규칙이다. 경내에서는 필요한 말 외에는 말을 삼가(묵언)야 하며 손은 마주 잡고(차수), 기러기처럼 한줄로 이동(안행)해야 한다. 차수는 두손을 자연스럽게 교차해 왼손을 오른손으로 가볍게 잡으면 된다. 이 밖에 신발을 끌면서 걷거나, 급해도 뛰지 말아야 한다. 법당 문이나 기타 건물에 들어갈 때는 신발을 잘 정돈해야 하고 길에서 스님이나 불자를 만났을 때는 가벼운 목례 등으로 인사를 하는 것이 예의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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