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시즌을 맞아 유흥가의 희비가 갈리고 있다.
월드컵 개막 후 맥주 판매량이 크게 늘면서 호프집은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누리는 반면 소주를 주로 판매하는 고깃집이나 횟집, 와인가게 등은 손님이 50~70%나 감소하는 등 크게 고전하고 있다.
17일 아르헨티나전 때 한국팀 응원을 위해 120인치 대형 스크린을 마련한 대구 중구 동성로 한 호프집에는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손님들이 가득 찼다. 200㎡가 채 안 되는 가게에 200명이 넘는 사람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곳 김도엽(25) 점장은 "그리스전에도 미어터질 정도로 손님들이 몰렸다. 맥주의 월드컵 특수를 실감하고 있다"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실제 이날 팔린 맥주는 평소보다 5배가 넘는 35만㏄를 기록했다.
손님 장지연(25·여)씨는 "긴박하게 진행되는 축구 경기의 특성상 응원을 하다보면 건배가 잦게 마련인데 소주를 마시기엔 부담스럽다"며 "알코올 도수가 낮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맥주가 편하다"고 했다.
소주와 맥주를 함께 파는 동성로 주변 술집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곳은 소주 안주로 국물류와 맥주 안주로 과일, 마른안주 등을 팔고 있지만 월드컵 시즌에는 국물류를 내놓을 일이 거의 없다고 했다.
반면 회식장소 1순위로 꼽히는 고깃집, 횟집 등도 월드컵 시즌이 야속하기만 하다. 동성로 삼겹살가게 주인 김동영(52)씨는 "평소 비슷한 시간대엔 회식 인파로 북적였는데 아르헨티나전에는 경기 시간 내내 빈 테이블이 대부분이었다"며 허탈해했다.
일본식 횟집 업주 권모(33)씨는 "그리스전에 매출이 70%까지 줄어든 것을 보고 아르헨티나전에는 문을 열지 않았다"며 "2002년 폴란드전때도 한 테이블만 손님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그럴 것 같아 가게 문을 닫았다"고 했다.
와인가게는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와인은 마니아층이 두텁지만 이들 역시 축구 응원을 위해서는 맥주를 찾는다고 한다. 동성로 와인집 사장들은 "단골 손님 몇명만 왔다. 그것도 경기 시작 전에 일찍 와서 와인을 마시고 응원을 하러 맥주가게로 갔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주류 판매량 통계에서도 월드컵 주류는 단연 맥주다. 20일 신세계 이마트에 따르면 남아공월드컵 개막일(11일)부터 한국-아르헨티나전(17일)까지 주류 매출 분석 결과, 맥주 판매량은 일주일 전 같은 기간 대비 58.4% 증가, 소주(17%)와 막걸리(7%)를 압도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노경석 인턴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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