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 강은 거룩한 기억이 흐른다/ 신명섭 엮고 옮김/고인돌 펴냄

1854년 미합중국 대통령이 보낸 백인 대표자들이 미국 서부지역 두아미쉬 수쿠아미쉬 족에게 부족이 살아온 땅을 팔 것을 제안하자, 부족의 시애틀 추장은 장문의 편지를 보낸다. '저 하늘과 따사로운 땅을 어떻게 사고팔 수 있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신선한 공기와 맑은 물을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 않은데 어떻게 그대들에게 하늘과 땅을 팔 수 있겠는가?'라면서.

시애틀 추장에게 백인들은 침략자이기 이전에 이해되지 않는 종족이다. 어머니이자 형제인 땅을 어떻게 사고판다는 것인가. 후에 '시애틀 추장의 편지'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지는 그의 편지는 물질 문명의 과도한 추구로 지구와 인류가 재앙의 위험에 직면한 오늘날까지 시대를 초월한 호소력을 갖는다.

'강은 거룩한 기억이 흐른다'는 자연을 벗하며 살아가는 북남미 원주민들의 노래와 시를 모았다. 소유하고 파괴하는 대신 욕심내지 않고, 자연과 어울려 함께 살아가는 삶을 택한 이들의 세계관이 그대로 담겨 있다. 시애틀 추장의 연설로 상징되는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의 세계관은, 우리 삶에서 정작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에 대한 성찰을 던진다. 낭만적인 미사어구는 없지만, 예리하고 강렬하며 우렁차다. 237쪽, 1만4천500원.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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