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부정감시단으로 지낸 몇 달은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감시단 활동을 해 보니 정말 한 표의 정치·경제적 의미가 더욱 소중하게 와 닿았습니다."
6·2지방선거 기간 동안 선거부정감시단으로 활동한 기자와 봉사자들은 아직도 그 치열했던 새로운 도전의 여운을 진하게 느끼고 있다. 특히 어느 때보다 격전지로 관심이 집중됐던 수성구청장 선거가 치러진 곳이라 더한 것 같다. 선거부정감시단원들의 대장정 3개월을 공개한다.
◆선발과정과 교육=대구시 수성구 선거부정감시단원은 공개 모집공고를 통해 30여명이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4월 선발작업이 끝나자마자 선거감시단원들을 기다린 것은 정말 '빡센' 교육. 선무당 사람 안 잡으려면 선거법 도사가 돼야 했다. '선거법 100배 활용하기' '선거비용보전 안내서' '정치관계법 기반사례 예시집' 등의 교재로 공부하고 시험도 쳤다. 공부에 손을 뗀 지 수십 년이 지난 터라 하루 8시간 이상의 교육은 고역이었다. 모두들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예비후보자 등록 시작=이때부터는 오전엔 교육, 오후엔 후보자 사무실 확인, 공문 전달 등 본격 강행군.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다니며 사전 불법 선거운동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활동. 호텔, 교회, 성당, 학교체육대회, 복지관 등 행사가 있는 곳은 물론 등산로, 산악회 관광버스 출발지도 찾아다녔다. 특히 산악회는 주로 아침 일찍 출발하기 때문에 해가 뜨기 전에 집에서 나가야 했다.
◆본격 선거전=5월 20일부터는 또 다른 전쟁이 감시단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길거리에 명함을 뿌리고 다니는 후보자가 있다' '사무원장이 표찰을 달지 않았다' '사무원이 후보자 없이 혼자서 명함을 배부하고 있다' 등 제보가 물밀 듯 밀려들어온 것. 즉시 현장으로 출동, 사실 확인 후 저촉사항을 안내하는 것이 임무.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장근무'는 보통, 식당에서 음식을 시켜 놓고는 제보를 받고 그대로 출동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하나 힘들었던 것은 후보자 사무실의 싸늘한 분위기.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처음엔 감시단원들이 들르면 열이면 열, 반감을 가진 듯한 표정이 역력했다.
◆대장정이 끝나고=이제 감시단원들은 소중한 국민의 세금으로 치러지는 선거가 맑고 깨끗하게 끝난 데 작은 힘을 보탰다는 보람을 안고 각자의 삶터로 돌아갔다. 오윤학(58)씨는 "처음 교육을 받을 땐 힘들었지만 현장에 나갔더니 후보자와 관계자가 미처 보지 못한 것이 눈에 쏙쏙 보이는 것이 한편으로 신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서현(38·여)씨는 "아이들이 어려서 집에만 있었는데 감시단 활동을 해봄으로써 구의원, 시의원이 어떻게 뽑히는지 알게 되었고 다른 사람들이 물으면 속 시원하게 답해줄 수 있게 됐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손명수(49)씨는 "사무실에서 교육받고 공부만 할 때는 선거법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는데 현장에 나가 부딪쳐 보니 쉽게 알 수 있었다"고 했다.
글·사진 최유선 시민기자 yousun@hanmail.net
멘토:김대호기자 dhki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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