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성광중, 담임선택제 시행 4개월

'타성'벗은 공교육, 학생 곁으로 '성큼'

지난달 29일 오전 담임 선택제를 실시하고 있는 성광중학교에서 영어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전 담임 선택제를 실시하고 있는 성광중학교에서 영어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공교육에 대한 위기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보란 듯이 공교육의 신뢰와 희망을 제시하는 학교가 있어 화제다. 성광중학교는 학생들이 담임을 선택하는 담임선택제와 교과교실제, 수요자 중심의 방과후 학교 운영으로 인성은 물론 학력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담임선택제'라는 다소 도발적인 시도로 타성에 빠진 공교육에 경쟁이라는 요소를 도입하고 수요자 위주의 교육환경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는 성광중을 찾아 공교육의 대안을 찾아봤다.

이 학교는 올해 초 전교생이 원하는 담임교사를 직접 고르는 '학급담임 선택제'를 실시했다. 학기 초 반 배정이 되기 전 학교 홈페이지에 2, 3학년 20개 반 담임을 맡을 교사 20명의 명단과 담임교사들의 과목 운영방침 등을 게재하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참고해 학급담임을 선택하도록 했다. 담임 교사들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자신의 사진과 학급운영 방침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 중 한 명인 성진희 교사(국어)는 "학생들로부터 선택된다는 부담 때문에 차별화되는 운영방침을 올리기 위해 교사들 모두 많은 고민을 했다"고 했고, 홍정식 교사(수학)는 "학급경영의 첫 번째 요소로 청결을 내세우고 심도 있는 수학공부를 공약(?)으로 내세워 많은 학생들이 지원하는 등 학생들로부터 인기교사로 인정받았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반은 영어작문과 글쓰기 하는 데 초점을 맞춰 학급을 운영하겠다' '수학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급으로 만들겠다' '입시지도 경험 등을 살려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능력에 적합한 공부방법을 가르치겠다' 등 나름대로 특이하고 구체적인 운영방침을 올린 교사도 있었다. 학생들은 1지망에서부터 3지망까지 지원을 할 수 있게 해 학생들의 선택을 최대한 존중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담임선택제 시행이 쉽지만은 않았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유교적 관습이 강한 교육환경에서 '담임을 선택한다' 데 대한 학부모와 일부 교사들의 내부 반발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기몰이식 경쟁이 될 것이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고 예체능 교사들이 영어, 수학 등 주요 과목 교사들보다 불리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담임선택제를 시행하게 된 데는 이 학교 신현태 교장의 독특한 교육철학과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교육에도 과감하게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고 믿은 신 교장은 반대하는 학부모와 교사들에게 '담임 선택제의 필요성'을 설득시키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했다. 교사와 학부모를 찾아 이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설득하고 이해를 구했다. 인기몰이 신청을 방지하기 위해 학생들이 인터넷 신청을 진행하는 동안 한 교사에게 몇 명이나 신청했는지 아무도 볼 수 없도록 하는 등 예방책도 함께 제시했다.

이 같은 도발적인 시도는 시행 4개월 만에 성공적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 비율이 낮아지고 교사들도 준비를 철저히 해 수업의 질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스스로 선택한 교사와 함께 공부하다 보니 학급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강해지고 학습동기가 생겨 난 것. 실제 '담임교사 선택제'를 실시한 결과 수업참여도가 몰라보게 좋아졌고 담임교사가 진행하는 과목별 심화수업에서도 학생들의 참여가 높아졌다. 또 봉사활동이나 현장 학습 프로그램 참여율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3학년 조준형 군은 "친한 친구들과 함께 평소 좋아하던 선생님 반을 선택했다. 친구들과 친하게 지낼 수 있고 선생님과도 어울릴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2학년 때 갑자기 수학성적이 떨어져 고민이었다는 전광진 군은 담임교사 선택제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하기 위해 담임선생님이 수학을 맡고 있는 반을 선택했다. 4개월여 만에 수학성적을 올릴 수 있었고 지금은 담임선생님이 맡고 있는 심화수업에도 열심히 참가하고 있다"며 좋아했다.

다만 영어나 수학 등 주요 과목에 대한 편중현상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안수동 교감은 "1지망에서 학생들의 70%가 원하는 반에 들어가는 등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많은 학생들이 영어, 수학 등 주요 교과목 교사를 선택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며 "교과교실 운영제 등 다양한 대안을 마련해 특정 과목에 대한 편중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필요하다면 판단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학생들의 선택 비중을 낮추는 방안도 고려할 예정이다.

또 친한 친구끼리 뭉쳐서 한 반을 선택하는 현상도 학교 측이 고민하는 부분. 학생들에게 여러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봉사활동이나 동아리 모임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실제 점심시간을 이용해 영화감상, 영자신문반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또 인터넷으로만 해오던 학급운영방침 소개를 교사들이 직접 학생들에게 소개하는 방법도 강구 중이다.

신현태 교장은 "공교육이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은 교육수요자들의 욕구를 해결하려는 노력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며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의 교육 선택권을 존중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제도인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 운영하겠다"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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