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루고 미루던 출구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어제 기준금리를 연 2.0%에서 2.2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상도 예상됨에 따라 각종 대출금리가 오르고, 가계와 중소기업은 부채 상환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부동산이다. 정부가 경기 과열과 물가 상승 조짐에도 불구하고 금리 인상을 주저했던 이유가 부동산 때문이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의 여파는 대구를 비롯한 비수도권뿐 아니라 수도권 부동산까지 거래 급감을 불렀고, 아파트 미분양 물량의 적체를 초래하고 있다. 이런 터에 금리가 상승하면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입한 중산층 및 서민 가계는 자금 상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아파트를 헐값에 내놓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아파트 한 채가 전 재산인 중산층 및 서민 가계의 파탄은 불가피하다.
아울러 구조조정 위기에 몰린 중소 건설사의 연쇄 도산이 예상되고 건설사에 자금을 대출해준 금융권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거액을 대출한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위기에 몰리게 된다. 사실 저축은행의 위기는 예고된 시한폭탄이었다. 그러나 금융 당국은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제대로 규제하지 않았다. 뒤늦게 공적자금 투입이란 사후약방문을 내놨지만, 이미 실기(失期)했다. 정책의 실기는 늘 위기를 부른다. 부동산 경착륙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견됐었다. 따라서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건설사 구조조정과 더불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 대한 사전 조치가 있어야 했다.
수도권은 그래도 비수도권보다는 형편이 낫다. 수도권은 부동산 수요 초과 지역이어서 상대적으로 아파트값이 폭락할 가능성이 적은 반면 부동산 경기가 바닥을 친 지 오래인 비수도권은 사정이 급박하다. 비수도권 서민 및 중산층 가계와 건설사들의 위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농후해진 것이다. 조금씩 살아날 기미가 보이던 지역의 중소 제조업체도 대출금리 인상의 여파로 경영 상황이 악화될 게 분명하다.
정부가 금리 인상을 단행한 저간의 사정은 공감한다. 하지만 빈사 상태에 내몰린 비수도권 지역 경제에 미칠 금리 인상의 파장을 면밀히 검토해 저리 자금 지원 등 차별화한 대책을 세워줄 것을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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