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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통] 공포영화의 몇가지 팁

뭉뚱그려 공포영화라고 하지만, 그 속에는 작은 세부 장르가 많다. 이유 없이 살인마가 등장해서 사람을 죽이는 '나이트 메어' '13일의 금요일' '버닝' 등의 '슬래셔 무비'가 있고, 또 온통 피바다를 만드는 사지절단형 '스플래터 무비'가 있다. '오멘' '엑소시스트' 같은 초자연주의적인 공포영화를 '오컬트 무비'라고 하고 '에일리언' '이벤트 호라이즌'과 같이 SF와 결합된 'SF호러 무비'도 있다.

그런가 하면 실제로 여자를 납치해 강간하고 살해하는 장면을 찍은 '스너프 필름'도 있다. '떼시스' '무언의 목격자' '8㎜' 등이 스너프 필름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러시아 마피아에 의해 실제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소문은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부정되고 있다.

올여름에도 공포영화들이 줄을 잇고 있다. 폐가의 공포를 페이크 다큐(다큐멘터리식으로 연출한 영화)로 그린 '폐가'(사진)와 '고사 두 번째 이야기:교생실습', 3D로 그려낸 식인 물고기의 급습 '피라냐', 프레데터의 종합판 '프레데터스' 등이 개봉할 예정이다.

공포영화로 아스팔트마저 녹이는 대구의 폭염과 열대야를 이기는 것은 어떨까. 공포영화로 대구의 폭염을 잊기로 작정했다면, 몇 가지 팁이 있다. 영화관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연인과 함께 공포영화를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집에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선 공포영화를 한 편 선정한다. 꼭 완성도 높은 좋은 작품일 필요는 없다. 공포영화라면 기본적으로 공포심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다. 비디오가게 가기도 귀찮다면 케이블 TV도 괜찮다. 단 줄거리를 모르는 작품이 더 좋다.

일단 불을 모두 끈다. 조명을 끄면 영화 속 몰입이 빠르다. 그리고 혼자라는 느낌으로 인해 폐쇄적 공포심이 일기 시작한다. 요즘은 TV가 대형화 추세라 불만 끄면 극장 못지않다. 자정을 넘긴 시간이면 더 효과가 좋다.

볼륨을 높여라. 오디오가 죽으면 공포영화는 시체나 다름없다. 불길한 암시나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죽음의 칼날은 모두 배경음악이나 음향효과로 처리된다. 볼륨이 낮으면 아무리 무서운 공포영화도 전혀 무섭지 않다. 스즈키 코지 원작의 '링'을 오디오 없이 본 적이 있는데 밋밋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했다. 아파트라면 헤드폰을 끼는 것이 좋다.

되도록이면 혼자서 보는 것이 좋다. 아니면 친구 하나 정도. 그러나 되도록 말이 많지 않은 친구일수록 좋다. 영화 보다가 로또 번호 맞춰봐야 한다고 불을 켜는 친구라면 곤란하지 않을까.

왜 더울 때 공포영화를 보면 시원해질까. 공포영화를 보면 심장이 빨리 뛰고, 털이 곤두서고, 식은땀이 난다. 땀이 증발되면서 체온을 낮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시원해진다고 한다. 그러나 더 큰 것은 더위보다 공포의 스트레스가 더 크기 때문에 잠시 무더위를 잊는 것이다. 고독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 더 큰 고독 속에 빠져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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