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필귀정] '조막손' 신공항 유치 전략 버리자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도무지 어떻게 돌아가는지 종잡을 수 없다. 정부는 김해공항 확장안에 미련을 둔 채 조삼모사(朝三暮四)식으로 말을 바꾸고 있다. 영남권 5개 시'도는 동상이몽(同床異夢)을 하면서 진흙탕 싸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루하지만 신공항 추진 경과를 한 번 되돌아보자.

건설교통부는 지난 2007년 4월 신공항 타당성 조사 용역에 들어가 그해 11월 신공항 건설의 타당성을 인정한 바 있다. 건교부에서 이름을 바꾼 국토해양부는 2008년 3월 신공항 입지 선정 용역에 착수했고, 2009년 9월에서 연말로 용역 결과 발표를 한 차례 연기했다. 지방선거를 의식해 공개를 미룬 것이나 지난 4월 부산 출신 국회의원에 의해 용역 결과가 확인됐다.

국토부가 국토연구원에 의뢰한 입지 선정 용역 결과에서 신공항 후보지인 밀양과 가덕도 두 곳 모두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연구원은 이를 근거로 신공항 건설 대신 김해공항 확장을 제안했다. 입지 선정 용역이 아니라 사실상 타당성 조사 용역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영남권 5개 시'도가 국토연구원의 용역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반발하자, 정부는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평가 기준 마련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영남권 5개 시'도는 다시 바빠졌다. 밀양을 지지하는 대구'경북'울산'경남과 가덕도를 고집하는 부산은 1천만 명 서명운동 등으로 홍보전을 강화하는 한편 서로 헐뜯기에 여념이 없다. 이로 인해 밀양과 가덕도 모두 신공항 입지로 부적합하다는 점만 부각되고 있다.

신공항 추진이 계속 혼선과 알력을 빚는 상황을 즐기는 쪽은 누굴까. 아마도 인천공항 '원 포트 시스템'을 지지하는 수도권일 것이다. 따라서 신공항 건설이란 대의(大義)보다 우리만 잘살면 된다는 소아(小我)를 계속 앞세우면 신공항 추진은 백지화할 공산이 크다. 이럴 때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필요하다. 한사코 가덕도 신공항을 고집하는 부산의 입장에서 신공항 문제를 다시 검토해 보자.

수도권 집중의 심화로 부산 역시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 제2의 도시라고 하지만 대구를 제치고 제3의 도시로 부상한 인천에 조만간 추월당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이런 의식을 바탕에 깔고 일본 제2도시인 오사카가 간사이(關西)공항을 건설한 것처럼 인천공항에 대항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비워야 채울 수 있듯이 움켜쥐기만 해선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먼저 조막손을 풀고, 손가락을 활짝 펴보자. 제 논에 물 대기식 유치 전략을 버리고 상생의 유치 전략을 세워 수도권에 대항하자는 얘기다. 이를 위해선 영남권 5개 시'도 전체를 아우르는 신공항 연계 발전 전략을 수립함과 동시에 산업 전략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대구'경북은 물론 부산을 비롯한 나머지 지자체도 현재 신공항 유치에 급급해 지역 산업과 연계한 신공항 개발 청사진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항공 수요를 내세운 수도권의 '원 포트 시스템'에 대한 대응 논리 개발과 홍보도 미흡하다.

부산은 가덕도를 신공항 후보지로 내세우면서 '동북아 제2 허브공항' 건설을 주창하고 있다. 부산의 염원을 모르는 바 아니나 이는 수도권의 반감만 자극하는 잘못된 전략이다. 동북아 허브공항을 목표로 한 인천공항조차 주변국 국제공항과의 경쟁에서 고전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중국'동남아 등 단거리 노선 및 화물 공항으로 특화한다고 해야 설득력이 있다. 1천320만 영남권 및 남부권 주민과 기업이 1, 2시간 비행을 위해 5, 6시간씩 걸려 인천공항에 접근하는 비용만 연간 6천억 원에 달해 지역과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점을 부각시키는 게 옳다.

신공항은 무엇보다 이용자가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신공항이 또 다른 인천공항을 추가 건설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인천공항을 그대로 이용하는 편이 낫다. 부산은 영남권 전체를 선도하는 한국 제2의 도시다. 영남권 구심 도시로서의 부산의 역할이 무엇인지 되새기기 바란다.

曺永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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