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올 연말에 문을 열 예정이었던 대구시립미술관 개관이 내년 5월로 미뤄지면서 전문 인력 확보 등 개관 준비 작업도 늦춰지고 있다. 소장 작품을 구하기 위한 예산이 부족해 시립미술관으로서의 위상 확보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으며 접근성과 운영 재원 마련 방안 등의 과제도 남아 있다. 내년 개관을 앞둔 대구시립미술관의 준비 현황과 문제점 등을 짚어봤다.
김대권 대구시 문화예술과장은"내년 5월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 대회에 많은 내·외국인들이 대구를 찾을 것으로 예상돼 이 시기에 맞춰 미술관을 개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구시립미술관과 월드컵 경기장, 범안로를 연결하는 도로 건설 공사가 내년 3월쯤 마무리되는 일정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개관 일정이 미뤄지면서 미술관 개관 준비 역시 뒤로 미뤄지고 있다. 우선 미술관 운영에 중심 역할을 하게 될 학예연구실장은 올 연말 즈음에 뽑을 예정이다. 대구시립미술관은 내년 개관 전까지 35명의 전문 인력을 확보할 계획으로 올 상반기 중에 10명의 인력을 뽑았고 올해 안에 15명을 더 뽑을 예정이다. 게다가 대구시립미술관개관추진위원회가 지난 3월 해체돼 미술관 운영위원회가 아직 구성이 되지 않고 있다. 미술관 측은 이달 중으로 위촉을 끝내고 8월 중에 첫 회의를 연다는 계획이다.
◆돈 없다는데 무엇으로 채우나?
미술관 소장 작품 확보 작업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현재 소장품은 기증 작품을 포함해 78점. 지난 3년간 매년 미술품 구입에 배당된 연 5억원의 예산으로 구입한 것으로 이인성, 이우환, 박현기 등의 작품이 포함돼 있다. 올해 미술품 구입 예산은 6억7천500만원으로 늘긴 했지만 유명 작가의 대표적 작품이 한 점당 수억원, 혹은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미술시장에서 특색 있는 작품을 구입하기엔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이로 인해 자칫 시민들에게 이렇다 할 작품을 선보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해 김용대 대구시립미술관장은"소장 작품이 부족한 만큼 전국 미술관이 네트워크를 통해 소장작품을 교류, 전시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미술계는 대구시가 전략적으로 미술관 소장품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큐레이터는"'미술관은 컬렉션으로 말한다'고 할 만큼 소장품은 중요하다"고 전제한 뒤"미술관의 소장품에 따라 미술관의 성격과 관람객층이 달라질 수 있는데다 도시 활력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는 만큼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빌바오미술관을 예로 들었다. 빌바오는 오로지 미술관 하나로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도시다.
여러 곳에 분산된 미술 관련 예산을 미술관 개관전에 몰아주어 대구의 문화적 위상을 보여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민주식 영남대 미술학부 교수는"대구시립미술관은 건물만 있을 뿐 아직 콘텐츠나 특성화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면서"개관전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예산을 집중할 필요가 있으며 미술관 운영을 대구문화창작발전소 등과 유기적으로 연계한다면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승용차 없인 못 가는 곳(?)
미술평론가 장미진 씨는 "그동안 대구시립미술관은 부지 선정, 디자인 공모 과정부터 시작해 온갖 잡음 속에 진행돼 왔다"면서 "지역 미술계가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만큼 지역 미술인들의 공감을 얻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수년째 지적되어 온 접근성과 재원 마련 방안 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미술관 앞에는 403, 604번 두 개 노선의 시내버스가 다니지만 승용차 없이는 이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또 미술관 개관 이전에 별관에 결혼식, 각종 행사 유치 등 컨벤션 사업이 먼저 진행되고 있어 미술계의 오랜 숙원인 미술관의 이미지에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으로도 전시동의 미술관 운영과 부속동의 상업 활동은 상당한 이미지 충돌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구미술협회 이장우 지회장은 "지역 미술계가 오랫동안 노력하고 10년 이상 준비해온 미술관인 만큼 상업성에 가리지 않도록 대구시가 나서서 잘 조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정숙 소환 왜 안 했나" 묻자... 경찰의 답은
"악수도 안 하겠다"던 정청래, 국힘 전대에 '축하난' 눈길
李대통령 지지율 2주 만에 8%p 하락…'특별사면' 부정평가 54%
한문희 코레일 사장, 청도 열차사고 책임지고 사의 표명
국회 법사위원장 6선 추미애 선출…"사법개혁 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