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등으로 삼성과의 관계 회복에 주력했던 대구시가 이번엔 SK가(家)와 인연 맺기에 나섰다.
지난달 5일 SK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SK C&C와 업무협약 체결(본지 7월 2일자 1면 보도) 이후 불붙고 있는 SK의 대구 진출을 구체적으로 이끌어낼 만한 카드로 'SK가와 좋은 인연'을 내세운 것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 복원=대구시는 동구 팔공산 자락에 있는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에 대한 관리 및 복원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2일 밝혔다. 현재 노 전 대통령 생가는 매일 20여 명이 찾고 있지만 주차장도 없고, 대통령의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한 상태다.
시는 노 전 대통령 생가를 기부채납 한 뒤 복원 및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따른 예산은 연간 2천만~3천만원가량 예상하고 있으며, 시가 돈을 마련하고 동구청이 관리를 맡는 방식이다. 노 전 대통령 일가와는 이미 생가 기부채납 약속을 받은 상태라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 노 전 대통령 생가로 진입하는 파계로~대통령 생가~팔공산 순환도로 구간(2.3㎞)의 진입도로 건설과 생가 앞 주차장(1천600㎡) 조성사업도 구상 중이다. 하지만 진입도로 확장에만 87억원, 주차장 조성에 7억원 등 모두 94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돼 이 사업들은 추후 단계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인근 자연염색박물관과의 연계를 통한 문화코스나 주민숙원사업 등의 명목으로 중앙정부로부터 특별교부세를 받는 방안도 구상중이다.
대구시 여희광 기획관리실장은 "전·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공과가 있을 수 있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대통령은 한 시대를 주도한 인물로 '역사적 사실'로 기록된다. 지역 출신의 대통령을 지역이 챙기지 않는다면 누가 하겠느냐"며 "노 전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전직 대통령들의 생가는 모두 해당 지자체가 관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지역 출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는 게 시의 공식적인 입장이지만 내심 '장인 사랑'이 지극한 것으로 알려진 SK그룹 최태원 회장과의 좋은 창구로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지역 한 경제인은 "그동안 대구가 많은 공을 들였던 삼성그룹의 반응이 들인 노력에 비해 미지근한 이유는 삼성이 투자를 계획한 신수종 사업들이 새로운 터를 잡을 필요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이에 비해 SK의 신사업들은 새 둥지를 찾아야하는 업종이 많아 대구가 노 전 대통령을 매개로 SK의 마음을 끌 확률이 더 높다"고 말했다.
◆노소영씨 DGIST 특임교수 초빙=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노 전 대통령의 장녀인 노소영씨를 디자인공학분야 특임교수로 초빙하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노씨는 현재 미디어예술 전문기관 '아트센터 나비'의 관장으로 활동 중이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이다.
DGIST 이인선 원장은 "서울대 공대 출신인 노 관장은 미술과 정보통신(IT)기술의 접목에 관심이 많아 현재 연세대에서 디지털아트 관련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데, 2012년 개설될 DGIST 디자인공학분야도 디자인과 IT 융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노 관장이 적임자로 판단했다"며 "이번 주쯤 노 관장을 직접 만나 DGIST의 비전 등을 설명하고 고향을 위해 일해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DGIST가 노 관장 모셔오기에 나선 것은 김범일 대구시장의 요청이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권 과학 인재의 요람이 될 DGIST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SK 안주인'이라는 이점 때문이다. DGIST 관계자는 "노 관장의 디자인 분야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DGIST에 큰 도움이 되는데다 SK의 대구 투자에도 유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전직 대통령 생가 관리 현황(자료:대구시)
역대 대통령--관리자--2010년 지원 예산
박정희--구미시--1억2천만원
전두환--합천군--1천600만원
김영삼--거제시--1억원
김대중--신안군--4천만원
노무현--(재)아름다운봉하 위탁관리, 토지·건물 소유는 김해시--6천600만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