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부실 대응, 노곡동 수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

대구 북구 노곡동 수해는 배수펌프장의 제진기가 제 역할을 못한 때문으로 지금까지 알려졌다. 하지만 대구 북구청은 주민들의 배수펌프장 설계 개선 건의를 묵살했고, 유수지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수사도 1차 수해 이후 한 달이 지났으나 지지부진 상태다.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 대응이 이번 사태를 빚은 것이다.

사실 노곡동 수해는 금호강이 범람해 발생한 게 아니다. 저지대인 노곡동으로 주변의 물이 흘러들었으나 이를 배수펌프장이 처리하지 못해 생긴 것이다. 수해의 근본 원인은 금호강으로 물이 제대로 배수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북구청은 1차 수해 후 제진기에만 집착하는 부실 대응과 미대처로 2차 수해를 예방하지 못했다.

더욱이 북구청은 1차 수해 이후 토목 전문가들이 자문 보고서를 통해 제진기 오작동에 대한 우려와 함께 주변에 유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음에도 이를 무시했다고 한다. 노곡동 주민들도 기존 배수관로를 막고 수로를 우회시켜 배수펌프장을 설치하면 물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한다. 주민들도 알고 있는 사실을 배수펌프장 설계 및 시공사와 지자체 공무원들만 모른 셈이다. 경찰도 늑장 수사란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본다. 1차 수해 직후 배수펌프장 감리단 관계자를 비롯해 대구시와 북구청 공무원 등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만 벌이고 아무도 사법처리하지 않고 있다.

노곡동 수해는 이처럼 엉터리 시공과 지자체와 경찰의 미온'늑장 대처가 화를 키웠다. 남은 문제는 노곡동 수해 주민들에게 적절한 위로와 보상을 하고 항구적 수해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렇다 해도 이번 노곡동 수해에 대해 책임질 사람은 분명히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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