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엄원태의 시와 함께] 몸꽃'차근우 / 이종암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오어사 뒷마당 배배 뒤틀린 굵은 배롱나무

뇌성마비 1급 지체장애자

영호 형님 작은아들 차근우 같다

말도 몸도 자꾸 안으로 말려들어

겨우 한마디씩 내던지는 말과 몸짓으로

차가운 세상 길 뚫고 나가

뜨거운 꽃송이 활활 피워 올리는 나무

푸른 대나무가

온몸의 힘 끌어 모아 겨우 만든 마디

촘촘한 마디의 힘으로 태풍을 견디듯

자꾸만 뒤틀리고 꺾이는 몸

서지도 걷지도 못하는 형극의 몸으로

수도 없이 들어올린 역기로 다져진

팔뚝 근육, 차근우

시꺼먼 가슴 뜯어 길을 만들었다

부족한 몸뚱어리 빚고 또 빚어

제 집 한 채 거뜬히 세운

세상 가장 뜨겁게 타오르는

몸꽃

-----------------

차근우는 이름답게 '근육의 친구'라 할 만하다. '팔뚝 근육' 하나로 그는 세상에 우뚝 선 것이다. 이종암 시인이 근래 상재한 시집의 표제시인 '몸꽃'은 그러니까, 차근우가 "활활 피워 올린" 뜨거운 '팔뚝근육꽃'이었구나. 이름과 성으로 미루어 쉬이 짐작 가는 시인에게 이토록 눈물겨운 '보물덩어리' 작은아들이 있었구나.

그 '팔뚝근육꽃'은 "시꺼먼 가슴 뜯어" 만든 길이자, "부족한 몸뚱어리 빚고 또 빚어" 거뜬히 세운 집 한 채이니, "세상 가장 뜨겁게 타오르는/ 몸꽃"일 수밖에 없을 터.

내게도 그보단 좀 모자라지만 '팔뚝꽃'이라 할 만한 게 있으니, 왼팔의 20년 넘는 혈액투석 주삿바늘 자리 부푼 상처가 그것이다. 근우처럼 "몸꽃"이라 하기엔 부족함이 많지만, "온몸의 힘 끌어 모아 겨우 만든 마디'라는 점에선 동류(同類)의 것이 아닐까 한다.

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조국 혁신당의 조국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비상계엄 사과를 촉구하며, 전날의 탄핵안 통과를 기념해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극우 본당을 떠나...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 2차 이전 작업을 본격 착수하여 2027년부터 임시청사 등을 활용한 선도기관 이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2차...
대장동 항소포기 결정에 반발한 정유미 검사장이 인사 강등에 대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경남의 한 시의원이 민주화운동단체를...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