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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풀렸는지 명절선물 크기 작아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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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배원 서영일씨의 추석

집배원 서영일 씨가 대구 북구 구암동 한 아파트 단지를 돌며 택배업무를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집배원 서영일 씨가 대구 북구 구암동 한 아파트 단지를 돌며 택배업무를 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추석을 이틀 앞둔 20일 낮 북대구우체국 소속 집배원 서영일(41) 씨는 대구 북구 구암동 아파트 단지 일대를 돌며 택배 배달에 한창이었다. 배달용 소형 승합차 적재함에는 택배와 우편물이 가득했다. 적재함으로 모자라 조수석에도 배달 물품이 차 있었다.

과일상자 등 한아름 선물꾸러미를 들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초인종을 눌러도 열 집 중 일곱 집은 대답이 없었다. 갖고 왔던 택배 물건을 그대로 갖고 내려갔다. 경비실에 맡길 것이라며 '우편물 도착 안내문'이라는 작은 메모도 남겼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계단을 이용하기도 했다. 헐떡거릴 여유도 없어 보였다. 서 씨의 담당 구역은 북구 구암동 부영7단지와 동천동 화성센트럴파크 2개 단지 20개 동이다.

서 씨는 이곳을 맡은 지 4년째다. "내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몰라도 이 아파트 어느 집에 누가 사는지는 안다"는 서 씨는 21년 경력의 집배원.

추석은 서 씨의 생활 시계도 바꿔놓았다. 평소에는 오전 8시부터 일을 시작해 오후 8시면 손을 털지만 추석 시즌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한다고 했다.

서 씨는 "평소 일을 빨리 마치는 날은 오후 3시 30분에도 배달을 끝내지만 요즘은 오후 8시까지 배달하기 일쑤"라고 했다. 실제 서 씨가 이날 하루 배달한 택배는 130여 개. 평소 50개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배가 넘는다. 편지 등 우편물도 3천통씩 배달해야하니 쉴 틈이 없는 건 당연했다.

명절 전 보름 가량은 택배 등 배달 물량이 4배 가까이 폭증하기 때문에 퇴근 시간이 늦어진다. 서 씨는 "회사에서 월말이 되면 바쁘듯이 우리도 명절이나 연말은 '특별소통기간'이기 때문에 당연하다"며 "선물 기다리는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하면 빠르고 정확한 배송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받는 사람의 기쁜 표정을 읽을 수 있는데다 선물이 상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신경이 더 간다는 것.

21년 경력의 서 씨는 선물을 보면 경기가 어떤지 느낄 수 있었다. 최근 4, 5년 동안 선물로 사과·포도 등 과일이 많았는데 올해는 곶감·술 등 부피가 작은 걸로 바뀐 것 같다고 했다.

경기가 안 좋으면 부피가 큰 선물들이 눈에 많이 띈다고 했다. 불경기가 바닥을 친 것 같다는 조심스런 예상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서 씨가 처음 집배원 일을 시작했던 20년 전과 현재의 차이는 가슴 아픈 부분이었다.

서 씨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에 계신 부모님들이 아들, 딸에게 쌀과 배추·과일 등을 보내줬지만 지금은 이런 모습이 거의 없다"고 아쉬워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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