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자연에 대한 불복종의 결과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연 6.4%의 증가세를 보이는 여성 유방암도 임신과 수유에 대한 자연스러움을 인위적으로 거스르는 데 기인한다고 할 수 있죠."
경북대 사범대학 과학교육학부 송방호(63·생물학 전공) 교수가 내과의사인 아들 영도(30) 씨와 함께 공저 '유방암의 발생과 예방-피토에스트로겐의 항암 효능'이란 책을 냈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유방암세포 증식을 촉진한다면 이를 막는 '항(抗)에스트로겐으로서의 피토(식물성)에스트로겐은 암 발생을 막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해답의 탐색 과정을 서술한 이 책은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도 읽을 수 있게끔 학술적 전문내용과 유방암 예방에 필요한 지식과 이해를 돕는 삽화로 구성돼 있다.
"5, 6년 전인가요. 석류가 유방암은 물론 폐경 후 여성미를 유지하는 데 유용한 에스트로겐 유사물질이 많이 함유돼 있다면서 그 소비가 급증한 적이 있죠. 그래서 3년간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는 놀랍게도 일반인이 알고 있는 사실과 달랐죠."
연구결과에 따르면 석류엔 에스트로겐 유사물질이 들어 있지 않았다. 이런 사실은 식품의약품안전청 논문에서도 확인됐다. 대신 석류엔 유사 에스트로겐 화합물인 고도불포화지방산(알파엘리오스테아릭에시드) 등이 있음을 알아냈다. 이 물질은 송 교수가 처음으로 규명한 물질로 올 1월 영국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내분비학회지'에 발표되기도 했다.
"폐경 이후 여성들에게선 보통 에스트로겐이 분비되지 않습니다. 다만 유사 에스트로겐 화합물을 섭취하면 여성미를 유지할 수 있는 거죠."
송 교수는 생물학자로서 항암물질 탐색이 필생의 연구과제였던 까닭에 내친김에 유방암 관련 책을 쓰기로 했다. 그러나 유방암 치료와 발생과정 등에 대해선 의학적인 전문지식이 필요했다. 마침 둘째아들인 영도 씨도 미국 뉴욕 브루클린병원에서 내과전문의 과정을 연수 중에 있어 부자(父子)는 쉽게 의기투합했다.
"공동저자로 의사를 물색하던 중 아들이 유방암 환자도 많이 만나봤고 또 첨단 연구자료와 참고논문 및 새로운 이론들을 즉각 확인할 수 있어 무엇보다 마음이 편했습니다."
송 교수와 영도 씨는 책을 쓰는 지난 1년 6개월 동안 밤낮없이 이메일을 주고받고 서로의 견해를 나누었다. 유방암에 관한 한 부자는 동료이자 연구 파트너였던 셈이다. 어려운 의학용어와 풀이는 영도 씨가 맡고 생리적·생물학적 글은 아버지 손 교수가 맡았다. 게다가 일반인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책에 삽화를 첨가할 때는 역시 미국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막내아들의 도움을 받았다. 결국 세 부자의 합작품이 지난달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에스트로겐은 여성스러움을 만들지만 역으로 에스트로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정세포가 이에 반응, 발암이 되고 암화된 세포가 증식함에 따라 유방암이 되는 이른바 '에스트로겐 패러독스'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에스트로겐의 발암성을 억제하는 항에스트로겐 물질인 피토에스트로겐의 꾸준한 섭취가 여성의 최대 적인 유방암을 예방·억제하는 지름길이라는 게 이 책의 궁극적 핵심 내용이다.
피토에스트로겐은 콩, 알파파, 클로버 같은 콩과식물과 블루베리 같은 유색과일과 채소에 많다. 책은 이러한 내용을 장마다 요약과 잘 정리된 박스글을 첨가해 시각적인 지루함이 없도록 배려해 놓았다.
우문기기자 pody@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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