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높아지고 청명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이맘때는 낙엽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길을 걷는 것도 좋지만 자전거를 타고 떠나는 가을 여행도 괜찮다. 자동차를 타고 멀리 가지 않아도 되고 힘들게 걸을 필요도 없다. 대구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자전거를 타고 가을 풍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유난히 긴 여름 탓에 급하게 찾아온 가을이 후딱 지나가기 전에 가을에 흠뻑 빠져보자. 자전거를 타고 코스모스 길을 달리거나 우거진 갈대 사이를 지나다 보면 어느새 가을의 한복판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전국자전거타기운동연합 김종석 부회장과 함께 가을 자전거 여행을 떠나 본다.
▶신천둔치=도심을 가르며 휴식과 운동 겸해
신천은 대구 중심을 흘러 시민들이 친숙하게 다가가고 휴식과 운동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복잡한 도심을 관통하며 시원한 분수가 하늘 높이 솟구치는 곳이다. 자전거 타기에 좋은 공간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자전거가 아주 불편한 공간이다. 강 서쪽 둔치는 운동이나 휴식하러 나온 사람들이 많아 자전거에 부딪치기 쉽고 바닥을 우레탄으로 바꾸어 자전거 타기에는 아주 불편하다.
강 동쪽은 차로와 강 사이 좁은 공간이 일부 있어 초보자가 자전거 타기에 위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여건에도 불구하고 신천은 시내에서 가깝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라 초보자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자전거 타는 사람들이 모여서 가창 쪽으로 자전거 투어를 갈 때 출발점으로 많이 이용한다. 자전거를 타다가 쉬고 싶으면 아무 곳이나 세우고 벤치에 앉아 강물을 바라볼 수 있어 진정한 가을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
코스 : 대백프라자 앞 신천둔치-상동교(3㎞)-금호강 합류 지점(12㎞)-칠성시장(17㎞)-대백프라자 앞 신천둔치(19㎞), 약 1시간 30분 소요
▶달성습지=둔치 따라 습지 가까이 '환상적'
경치가 아름답고 평지에 조성돼 있어 자전거를 탈 줄 알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코스다. 도시철도 2호선 계명대역에서 강창교까지 가서 강창교에서 좌회전해 둔치를 따라 가는 방법이 있고 둑을 따라서 가는 방법이 있다. 초보자들은 둑을 따라 가면 무난하고 자전거 타는 것이 자유로운 사람들은 둔치를 따라 타는 것이 더 환상적이다. 습지의 자연생태를 가까이서 볼 수 있고 습지 내부로 깊이 들어가 볼 수도 있다. 습지 내부에는 키가 큰 풀들이 많아 상처를 입을 수도 있으므로 긴팔 옷을 입는 것이 좋다. 달성 습지에서 구라 수문 쪽으로 올라와서 성서공단 쪽으로 방향을 틀면 달서대로를 만나게 된다. 이 대로는 양쪽에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조성돼 있어 자전거 타기가 아주 편하다. 계명대역까지 약 4㎞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할 수 있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계명대역 쪽으로 가다가 보면 모다아울렛을 만난다. 쇼핑도 하고 허기진 배도 채울 수 있다.
코스 : 계명대역-강창교-달성습지-구라수문-모다아울렛-계명대역(13㎞), 약 1시간 30분 소요
▶도동 측백수림=이번 주말엔 온가족 함께
가족이 함께 자전거 여행을 하기에 좋은 곳이다. 자전거를 타고 동대구역에서 출발해 아양교까지 간다. 아양교는 대구의 젖줄인 금호강에 위치해 있는데 아양교에서 동촌 유원지 쪽으로 금호강을 바라보면 가슴이 탁 트이고 시원해진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대구공항을 지나 불로동 입구에서 우회전해 평광동 쪽으로 간다. 불로동을 지나 다리를 건너면 절벽에 측백수림이 빽빽이 밀집해 있는데 여기가 바로 도동(달성) 측백수림으로 천연기념물 1호이다. 다시 불로동 쪽으로 돌아나오면 불로동 뒤편에 고분군이 있다. 이 고분군은 5, 6세기경에 조성된 것으로 200여 기가 분포돼 있다. 이렇게 큰 규모의 고분군은 우리나라에서 찾기가 쉽지 않다. 고분군 가까이 봉무공원이 있는데 가운데 단산지 저수지가 있고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어 시원한 물보라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봉무공원을 병풍처럼 둘러싼 산의 가을 단풍은 감탄사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봉무공원 입구의 메타세쿼이아 숲을 지나 팔공산 쪽으로 접어들면 오르막을 만난다. 파군재다. 왕건이 신라를 도우러 왔다가 이곳에서 견훤의 넷째 왕자에게 완패를 당하여 달아난 곳이라 하여 이름지어졌다. 파군재에서 지묘동으로 접어들면 신숭겸 장군의 위패를 모신 표충사가 왕산 아래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고려 건국의 역사를 잠시 떠올려 볼 수 있는 곳이다.
지묘동을 출발하여 연경동으로 접어들면 갈대가 무성한 냇가를 따라 자전거를 달릴 수 있는데 이어지는 냇가의 풍경이 아름답다. 무태교를 지나 검단동으로 들어서면 유통단지 내 전자관이 있어 다양한 전자제품을 싸게 살 수 있고 가까운 곳에 의류단지와 가구단지도 있어 다양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복현동을 지나 경북대 안으로 들어서면 대학의 멋진 정취를 즐길 수 있고 동대구역 못 미처 평화시장 닭똥집골목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닭요리를 즐길 수 있다.
코스 : 동대구역-아양교(2㎞)-대구공항(3㎞)-불로동(5㎞)-도동 측백수림(7㎞)-불로동 고분군(10㎞)-봉무공원(12㎞)-파군재-지묘동 표충사(15㎞)-연경동(18㎞)-검단동 전자상가(25㎞)-경북대-평화시장 닭똥집골목-동대구역(30㎞), 약 3시간 소요
▶용연사=실력 좀 있다면 도전!
용연사는 상당히 높은 고도에 위치해 있고 기남고개가 있어 초급자에게는 무리가 있는 코스다. 서부정류장에서 출발하여 월배로를 따라 화원을 지나 옥포에서 좌회전하여 용연사길로 접어든다. 벚나무 터널길을 지나면 오르막이 시작되고 바로 오른편에 옥연지가 나타난다.
저수지를 지나 반송리까지는 은근한 오르막이나 반송리에서 용연사까지는 상당히 심한 오르막이다. 돌아오는 길은 산장휴게소 앞에서 우회전해 화원 명곡리로 넘어가는 길이다. 이 길은 오르막이 가파르고 길다. 상당한 자전거 타기 실력이 요구되는 코스다. 실력이 좀 부족한 사람들은 그냥 옥포로 왔던 길을 돌아가면 쉽게 대구로 갈 수 있다. 기남고개에 오르면 대구수목원까지는 내리막길이다.
수목원을 구경하고 근처에 있는 월배시장에 가면 다양한 시장 모습을 구경하고 푸짐한 먹을거리도 즐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다시 월배로를 따라 서부정류장에 돌아오면 서부정류장 막창거리가 유혹의 손짓을 하며 기다리고 있다.
코스 : 서부정류장-화원-옥포파출소(11㎞)-옥연지-반송리-용연사(18㎞)-기남고개-대구수목원(29㎞)-월배시장(32㎞)-서부정류장(36㎞), 약 4시간 소요
▶육신사(성서)=지하철 문양역에서 출발…아늑한 동네로
성서 홈플러스에서 출발해 달구벌대로를 따라 강창교까지의 도로는 차량이 많지만 폭이 넓어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특별한 문제가 없다. 그러나 강창교를 지나 다사읍을 통과하는 구간은 오르막인데다 교통량도 많아 조금은 긴장해 운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사를 지나면 현재 성주 가는 도로 옆 오른쪽으로 구도로(옛날도로)가 나온다. 동곡까지 이어지는 이 도로를 이용하면 차량과 부딪치지 않고 주행할 수 있어 아주 편하다.
다사를 지나 문양역을 지나면 동곡에 다다른다. 동곡에서 왜관으로 가는 길을 따라서 4㎞ 정도 가면 오른쪽에 육신사 입구가 나타난다. 육신사는 하빈면 묘리에 있는 사육신의 위패를 모시는 사당이다. 묘리는 아담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아늑한 느낌이 있는 동네다. 육신사에서 돌아나와 동곡에서 성주 쪽으로 2㎞ 정도 가면 하목정에 도달한다.
시내에서 올 경우 도시철도를 타고 2호선 마지막 역인 문양역에서 내려 자전거를 타면 더 쉽게 찾아갈 수 있다.
코스 : 성서 홈플러스-강창교(6㎞)-다사-문양역(11㎞)-동곡(14㎞) -달서고등학교-육신사(18㎞), 약 3시간 30분 소요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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