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경찰 간부 승진자 수 늘리는 게 능사일까

경찰청이 내년에 중간 간부급인 경감 승진자 수를 파격적으로 늘릴 모양이다. 매년 200~400명 수준이던 경감 승진자를 5배가량 늘린다는 것이다. 파격적인 조치로 승진을 앞둔 경찰 중간 간부들의 사기가 크게 진작될 게다. 경찰관들의 부푼 기대에 고춧가루를 뿌릴 마음은 없으나 우려되는 점도 적잖다.

경찰청이 경감 승진자를 대폭 늘린 것은 경위 계급에 머물러 있는 경찰관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 경찰의 계급별 인력 현황을 보면 경사가 가장 많고 경위가 두 번째라고 한다. 이로 인해 파출소장과 소장 바로 밑의 순찰팀장을 같은 경위 계급이 맡는 등 부작용이 심각해 '경감 근속승진제 도입' 요구가 끈질기게 제기됐다는 것이다.

경위 계급 인력이 급증한 것은 경찰대와 간부 후보 출신 외에 순경 출신 경사들이 경위로 대거 승진했기 때문이다. 시험과 심사만으로 승진하던 순경 출신 경사들이 근속승진제 도입 이후 승진 병목이 해소돼 자연스럽게 경위로 승진하면서 경위가 급증했다. 결국 경위 숫자가 많아지다 보니 경감 승진도 시험과 심사가 아닌 근속승진제를 도입하자는 압력이 높아진 것이다.

경찰의 사기 앙양을 위해서 승진자 수를 늘릴 필요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승진자 수를 무작정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외려 '계급 인플레'를 초래하고 '옥상옥 계급'을 새로 신설해야 할지도 모른다. 총경과 경감 사이에 경정 계급을 신설한 전례가 있지 않은가. 경감 수가 계속 늘어날 경우 바로 위 직급인 경정 계급도 근속승진제 도입 주장이 제기될 것이다. 결국 중간 간부만 계속 늘어나는 기형적인 계급 구조가 되고 예산이 낭비될 게 틀림없다. 승진보다는 경찰관들의 처우 개선이 우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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