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테크, 재테크 하면서 마일리지 왜 안 쓰세요?

버려지는 나의 돈, 알뜰하게 사용하기

마일리지는 돈이다. 현금처럼 활용도가 높아 사용하지 않으면 손해다. 마일리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
마일리지는 돈이다. 현금처럼 활용도가 높아 사용하지 않으면 손해다. 마일리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다.

대학생인 최선영(23·여) 씨 지갑에는 마일리지(포인트) 카드가 빼곡히 꽂혀 있다. 신용카드와 통신회사 카드 뿐 아니라 단골 커피전문점과 미용실, 화장품가게, 문구점, 안경점, 요가학원 등에서 발급한 카드를 합쳐 10개가 넘는다. 그녀는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책 한권을 사더라도 포인트를 적립해 주고 음식점에서 밥을 먹더라도 마일리지 카드를 발급해 주고 있어 20개 정도 갖고 있는 친구도 있다"고 했다.

마일리지 홍수 시대다. 이용 실적에 따라 화폐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마일리지 제도는 1984년 대한항공에 의해 국내에 도입된 후 유행처럼 번져 생활 깊숙히 자리잡았다. 주유소, 대형 할인점, 커피전문점 등을 이용할 때 어김 없이 따라오는 것이 마일리지다. 심지어 동네 슈퍼마켓이나 미용실을 이용하더라도 마일리지를 적립 받을 수 있다.

마일리지는 돈과 같다. 현금 못지 않게 활용도가 높아 사용하지 않으면 손해다. 하지만 마일리지 종류가 워낙 많다 보니 관리가 안돼 마일리지를 방치해 두는 사람들도 많다. 효과적으로 마일리지를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동통신 마일리지 사용율 6% 불과

마일리지 사용율에 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 마일리지 카드가 난립하고 있는데다 발행 업체가 정확한 자료 공개를 꺼리기 때문이다. 발행 업체 입장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마일리지 만큼 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마일리지 사용율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일리지 사용 실태를 엿볼 수 있는 이동통신의 경우 마일리지 사용율은 6%에 불과하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한나라당 이경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들은 마일리지 누적액 4천590억원어치 가운데 불과 274억원어치만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수천억원어치의 마일리지가 소멸되고 있다. 이동통신 마일리지는 발생한 달로부터 5년이 지나면 자동 소멸되고 다른 이동통신 업체로 옮겨가거나 서비스를 해지하더라도 쌓인 마일리지가 소멸되기 때문이다. 2007년에 889억원, 2008년에 1천44억원, 지난해에는 1천162억원 어치가 소멸됐다. 통신사별로 2007~2009년까지 누적된 마일리지 소멸액은 SKT가 1천502억원, KT가 1천267억원, LG U+가 326억원어치였다.

신용카드도 사정은 비슷해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08년 소멸된 카드사 포인트는 1천380억원에 달했다. 소멸 카드 포인트는 2005년 1천250억원, 2006년 1천211억원, 2007년 1천572억원으로 매년 1천억원을 웃돌고 있다. 소멸된 포인트는 카드사의 이익으로 잡힌다.

◆마일리지 재테크

재테크의 기본은 '아는 만큼 번다'는 것. 자신이 갖고 있는 카드의 마일리지 적립율과 유효기간,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 등을 알아두는 것이 효율적인 마일리지 사용 지름길이다. 모르면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갖고 있는 카드가 많아 기억하기 어려우면 카드별로 마일리지를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인터넷에서 무료 또는 유료로 다운 받아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 가계부를 사용하면 보다 편리하게 마일리지를 관리할 수 있다. 인터넷 가계부의 장점은 비교 분석이 쉽다는 것. 인터넷 가계부에 신용카드, 마일리지 카드 등을 등록하면 지출 내용 뿐 아니라 마일리지 적립 현황까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인터넷 가계부는 손에 익으면 매우 편리하지만 처음에는 사용하기가 번거로울 수 있다. 다양한 기능을 익혀야 하기 때문에 작심삼일에 그치기 쉽다. 인터넷 가계부를 사용하더라도 메모하는 습관은 필요하다. 간단한 다이어리를 소지하고 다니면서 소비하는 즉시 기록해 두어야 인터넷 가계부에 빠지지 않고 옮겨 적을 수 있다.

인터넷 가계부 사용이 부담스러울 경우에는 손으로 기록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유사 마일리지 카드를 하나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일리지 카드가 많을수록 기록하고 관리하는 것이 어렵다.

신용카드, 정유사 주유카드, 항공사 마일리지 카드 등은 여러 개 두지 말고 하나만 사용해 집중적으로 포인트를 적립하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신용카드의 경우 혜택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카드를 여러 장 갖고 있으면 카드사마다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골고루 누릴 수 있을 것처럼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착각이다. 카드사마다 차이가 나는 포인트 적립방법과 사용법, 할인혜택 등을 모두 파악해 알고 있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신용카드는 자신의 소비패턴을 파악해 가장 많은 혜택을 얻을 수 있는 1개 또는 2개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잘라버리는 게 좋다. 최근에는 항공사 마일리지를 통합해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 등 다양한 제휴 카드들이 많이 출시되고 있어 이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족은 가족카드를 만들어 포인트를 합산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족끼리 신용카드 포인트를 합산해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가족 합산 제도를 이용하면 흩어져 있는 가족들의 포인트를 한데 모아 알뜰하게 활용할 수 있다. 가족임을 증명할 수 있는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카드사에서 지정한 센터 혹은 카드사 홈페이지를 통해 가족끼리 자유롭게 포인트를 주고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 포인트 통합 사이트를 이용해 여러 카드의 포인트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법도 있다. 포인트아울렛, 포인트파크, 포인트뱅킹, 넷포인트 등을 통해 물건을 구입할 경우 가맹 카드사들의 포인트를 합쳐서 쓸 수 있다.

마일리지를 쌓아두는 것은 금물이다. 마일리지는 될 수 있으면 바로바로 사용해야 한다. 시기를 한 번 놓치면 다시 잘 사용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물건을 구입할 때마다 포인트로 금액을 차감한 뒤 결제를 하면 소멸되는 마일리지 금액을 최소화할 수 있다.

마일리지 사용법에 밝지 않는 사람은 미리 마일리지를 사용한 뒤 이를 보충하는 선포인트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선포인트 제도는 물건을 구매하면서 미리 할인을 받고 매월 적립되는 카드 포인트로 이를 갚아 나가는 방식이다.

지난달 임성훈(42·대구시 북구 구암동) 씨는 자동차를 구입하면서 50만원을 할인 받았다. 할인 받은 50만원은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포인트로 상환하기로 했다. 임 씨는 "신용카드를 많이 사용하지만 그동안 포인트는 거의 사용하지 못했다. 포인트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고 현금 지출도 줄일 수 있어 횡재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까칠한 고객이 되는 것도 효율적인 마일리지 재테크를 위해 필요하다. '우는 아이 젖 준다'는 옛말이 있듯이 회사 약관이나 규정이 불합리하게 되어 있을 경우 침묵보다 따지는 것이 소비자 권익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다.

최근 국내 항공사들이 마일리지 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것도 까칠한 소비자들이 이뤄낸 성과라는 평가다. 지난달 아시아나항공은 마일리지 유효기간을 5년 연장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마일리지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아시아나항공에 앞서 대한항공도 마일리지 유효기간 5년 연장과 가족 마일리지 적용 범위 확대 등을 골자로 한 마일리지 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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