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지성의 오지를 달리다] 타클라마칸 사막 울트라

특별한 사람의 도전 아닙니다…오기·끈기 있으면 완주!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죽음의 땅, 바로 타클라마칸 사막이다. 바로 그곳에서 울트라가 열렸다.

달릴 수 있다는 것, 그중에서도 사막을 달릴 수 있다는 것처럼 멋진 일은 없다. 내게는 말이다. 지독한 더위가 끝나기도 전인 8월 말 나는 죽음의 사막이라는 중국 타클라마칸을 달렸다. 언제나처럼 이번에도 별다른 특별훈련 없이 도전하는 사막레이스다. 그리고 더불어 나의 16번째 오지레이스 도전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자주 질문한다.

"사막을 달리려면 도대체 얼마나 연습해야 하죠?"

"그리고 일주일에 몇 번을 달리고 웨이트 트레이닝은 얼마나 해야 하나요?"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고 울트라 마라톤도 완주해야 하나요?"

"참가 자격에 조건이 많이 있나요?" 등등이다.

나는 말한다.

"1등이 목표세요? 아니면 완주가 목표세요?"

덧붙여서, "평상시 잘 노세요? 그리고 여행은 좋아하시나요?" 등등…. 이렇듯 호기심 어린 여러 질문들에 대해서 어찌보면 나는 좀 황당한 답변을 던지곤 한다.

최근 두 달간 방송 촬영으로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 국내 산악계 문제로 서로 헐뜯는 뉴스를 보고, '드디어 그동안의 문제들이 서서히 조금씩 터지기 시작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제는 누구든지 돈과 시간, 열정만 있다면 소위 말하는 도전과 모험이 가능한 세상이 아니겠는가. 쉽게 말하면 히말라야도 돈만 내면 패키지 투어로 정상까지 올려 주는게 지금의 시대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을 아무나 못하는 일로 만들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뭔가 먼저 시작한 사람들은 자신들을 신격화하는 경향이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나는 철저하게 '남에게 보이기 위한 도전이 아닌 우리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개척하기 위한 도전'을 끊임없이 추구하고 또 추구한다. 그래서 오늘도 남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눈높이를 낮추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처음부터 사하라를 달린다는 일로 욕먹고 무모한 짓을 하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 봤기에 얼마나 사회가 왜곡되어 있는지 경험했다. 왜곡되어 있는 사회의 높은 장벽을 때려 부수고 모두에게 공평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끝임없이 몸으로 싸우고 있다. 때론 격려를 받기도 하고 때론 질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비겁하게 타협하기는 싫다. 그 누가 뭐라하건 나는 나의 길을 가고 있을 뿐이다.

갑자기 눈을 떴다.

역시 눈앞은 영상 50℃의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누런 모래밭이 반짝이고 있었다. 하지만 습도가 없다 보니 약간의 그늘 아래서는 시원함을 느낀다. 날씨가 덥다 보니 조금의 그늘만 발견하면 무조건 휴식이다. 비록 사막이지만 100km를 48시간 안에 들어가면 되기에 시간적인 여유는 충분하다. 물론 마냥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한낮 더위는 피하고 싶은 심정은 누구나 마찬가지라 생각됐다.

서두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이번 대회도 별다른 훈련 없이 참가했다. 나는 남들에게 이야기한다.

'사막? 그냥 가세요. 고생스럽지만 오기와 끈기만 있으면 완주 할 수 있습니다.' "준비는 속성으로 2, 3개월이면 가능합니다. 단, 1등이 목표면 따로 관리해 드립니다."라고 말이다. 그래서 실제로 준비없이 가능한지 스스로에게 실험을 하고 있다. 수년간 테스트를 해본 결과, 평상시 잘먹고 몸무게 조절하고 기초체력이 튼튼하다면 완주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준비 부족일 경우는 상당히 고생스럽다는건 기본으로 깔고 가야 한다.

사막레이스에서 힘들고 어려운건 모래밭이다. 그것도 커다란 모래언덕보다 작은 모래언덕들이 줄서서 기다라는 모래지뢰밭은 왕짜증의 길이다. 그런데 타클라마칸 사막은 작은 모래언덕의 연속이었다. 만만해 보이는 작은 모래언덕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는데 모래 침입을 방지하는 게이터(각반)와 전문장비가 없으면 상당히 고생스런 여정이 될거라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우리가 누구인가? 사막을 달리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따위 조건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작년이었나, 방송에서 타클라마칸 사막을 종단하는 모험가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배꼽을 잡았던 기억이 있다. 그것은 우리 같이 사막에서 구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완전 예능프로그램이었던 것이다. 이제는 장비와 정보의 발달로 인해 일반인도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세상이다.

전문가는 다른 사람들의 길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 "내가 하면 당신도 할 수 있어요"를 가르치고 그 방법을 알려주어 함께 즐기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과거의 전문가는 콜럼버스 같은 사람이 필요했지만 현대에는 애플의 스트브 잡스처럼 자신의 지식과 생각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14명의 한국인들이 함께 한 타클라마칸 사막 울트라에서 또한 16명이 함께 한 사하라 사막 레이스를 보면서, 함께 즐기는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경험했다.

'나 아니면 안된다!' 개뿔, 나 아니어도 잘되고 함께 나누면 더 잘되고 행복한 세상이 된 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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