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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산책]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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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이 애꾸눈이면 나는 벗의 옆얼굴만 보겠다는 말이 있다. 이는 벗의 아픔이나 단점, 좋지 않은 부분은 보지 않거나 덮어 두겠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좋은 뜻이 담긴 것 같으나 좀 더 깊이 생각하면 어쩐지 마음이 편치가 않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구석구석 더 자주 보아주고 닦아주고 만져주고 나무라주어야 하지 않을까.

친구 잔소리 때문에 삭발하고 이빨까지 몽땅 뽑아버렸다는 기인을 만났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기인의 모습은 까까머리에 입이 합죽했다. 그 말에 내가 의아해하자 옆에 있던 그의 친구가 만 원짜리 한 장을 기인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제 십오만 원 남았다."

돈을 받아들고 싱긋이 웃는 기인과 그의 친구 사연이 더 궁금해졌다. 궁금증에 눈을 동그랗게 뜬 나에게 기인의 친구가 하소연 같은 말을 했다. 팔년 동안 기르기만 하고 제대로 감지도 않은 머리카락을 삭발시켰는데 그것도 어르고 달래면서 돈까지 이십만원 주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당일에 사만 원을 줬고 오늘 만원을 줬으니 십오만 원이 남았다는 말이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남의 머리카락에 그렇게 돈까지 들여가면서 깎이는 이유를 물었는데 기인의 친구 대답에서 정말 인간적인 정을 느꼈다.

산발한 머리카락에서 이가 뚝뚝 떨어지니 술을 같이 먹으려면 이발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기인과 친구의 인연은 삼십 년 전부터 계속되어 왔단다. 기인은 친구가 이사 가는 곳마다 따라다녔다. 그런 기인을 싫어하지 않고 잔소리와 쓴소리를 섞어가며 곁에 두고 있는 친구에게서 따사로운 정이 느껴졌다. 두 사람을 보면서 우정이란 끈질긴 마음씀씀이구나 싶었다.

내게도 직언을 아끼지 않는 친구가 있다. 친구는 이십 년 가까이 유지한 나의 긴 생머리를 보며 수도 없이 잔소리를 해댔다. 차가워 보이느니 융통성이 없어 보이느니 하다가 결국은 촌스럽다는 말까지 하여 생머리를 파마머리로 만든 사람이다. 긴 머리카락에 영양을 주고 파마를 하니 기십만 원의 비용이 나왔는데도 오히려 고맙다는 인사까지 하며 미용비를 지불해 주었던 친구다.

좋은 친구는 장점만 보고 칭찬하며 곁에 머물러 있어 주는 것이 아니라 단점까지도 나무라고 고쳐주며 함께 티격태격하는 사이가 아닐까 싶다. 사람의 장점은 보이지 않는 단점의 희생에 의해 더 빛나 보인다. 결점이 많아 울퉁불퉁 원석 같은 사람의 속에는 분명 보석이 감춰져 있을 것이다.

벗의 온전한 옆얼굴만 보겠다는 사람들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혹시라도 그것이 반쪽짜리 우정이 되지나 않을까 오지랖 넓은 염려가 된다.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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