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수구꼴통

제(齊) 환공이 관중과 은밀히 거(莒) 땅을 칠 모책을 꾸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나라 사람 중 이 비밀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환공이 "그대에게만 말했는데 어찌 된 일이냐"고 하자 관중은 "나라 안에 성인이 있어 그렇다"며 동곽아(東郭牙)를 지목하더니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동곽아는 "군자에게는 세 가지 표정이 있는데 그것으로 알았다"고 답했다.

그 세 가지 표정은 먼저 기쁘고 즐거울 때는 종고(鐘鼓'음악 들을 때의 들뜬)의 표정이 되고 슬프고 근심스러울 때는 최질(거친 상복)의 표정이 되며 용맹이 충만할 때는 병혁(兵革'전쟁 때의 결연한)의 표정이 된다는 것이다. 환공이 동남쪽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입을 크게 벌리고는 다물지 못하고 혀를 높여서 낮추지 않아 무슨 일이 있을지 눈치 챘다는 것이다. 환공이 "다른 사람의 마음도 헤아려 보면 알 수 있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다"고 하니 동곽아는 "눈은 마음의 부호이고 말은 행동의 방향입니다" 하고 대꾸했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교육청 국감에서 한 '수구꼴통' 발언 때문에 대구경북민들이 잠을 설치고 있다. 변화에 적극 대처하지 못했다는 자격지심에다 '평생 연금 120만 원'에 너도나도 손 번쩍 드는 금배지들로부터 안타깝다느니 슬프다느니 어쭙잖은 소리나 듣고 심경이 복잡해진 탓이다. 국감 멍석 깔렸겠다 교육감 군기 한번 잡겠다고 내지른 소리라면 이해 못 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다분히 감정적이고 지역 차별마저 부추기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유감천만이다.

지역 발전의 구동력은 시도민의 컨센서스이지 국회의원들이 마이크로 내지르는 구령소리가 아니다. 대구경북을 싸잡아 질책한다고 해서 지역 정서가 바뀌고 지역색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무조건 옳다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깊이 생각하지 않고 특정 지역에 대한 편견과 불신을 부추기는 발언으로 민심이나 흔드는 것은 누워서 침 뱉기다.

정치인이라면 인터넷을 '고담 대구'로 도배하고 호들갑 떠는 치들과는 달라야 한다. 동곽아처럼 표정과 말을 통해 상대의 진심을 먼저 헤아려 봐야 한다는 말이다. 이 정도의 식견조차 없고 제 뒤꼭지가 어떤지도 모르는 수준의 사람들이 아까운 세금 써가며 목청이나 키우는 국감을 향해 국민들이 속 빈 강정이라고 부르는 이유를 이제는 깨달을 때도 됐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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