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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이 생명의 가치로 환산되기 위해서는…

우리시대의 몸·삶·죽음/김진국 지음/한티재 펴냄

▨ 우리시대의 몸·삶·죽음/김진국 지음/한티재 펴냄

신경과 전문의 김진국 씨가 '우리 시대의 몸·삶·죽음'을 펴냈다. 이 책은 지은이가 이미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발표했던 글들을 묶은 것이다. 2000년 의약분업으로 시작된 의료대란을 겪으면서 지은이는 '환자로서의 소비자 주권'을 지면을 통해 주장하기 시작했다. 의료 소비자 주권을 확보함으로써 의학기술과 자본의 논리 속에 왜곡된 인간과 생명의 가치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었다.

지은이는 이 오래된 이야기를 다시 책으로 묶어 내놓은 이유에 대해 "오래된 이야기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매일 새로운 의제가 생산되는 바람에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지만 여전히 중요한 문제이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책은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문학과 의학'은 의료인 혹은 의료현장의 모습이 담긴 우리 문학 작품에 대한 독후감 형식의 글들과 의료 현장에서 느낀 점을 에세이 형식으로 쓰고 있다. 2부 '의·과학 전문가와 건강'은 의료와 건강에 대한 전문가들의 주장에 대한 비판과 반론에 해당한다. 지은이는 의약분업에 따른 의료대란의 극복 방법으로 소비자 주권운동을 주창한다. 의학기술로 왜곡된 인간과 생명의 가치를 바로잡기 위해 가치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3부 '정치·사회·문화와 건강'에서는 공론의 자리에서 지은이가 펼쳤던 주장과 의견을 묶고 있다. 지은이는 개인이 책임질 필요가 없는 혹은 책임질 수 없는 고통에 대해 우리의 인식을 바꿀 것을 요구한다. 예컨대 여성, 원폭피해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대부분의 고통은 '개인적 잘못'이 아니며 이런 고통에 대해 공동의 책임과 함께 인식의 전환을 주장하는 것이다.

책 전반에 흐르는 지은이의 사상은 '자본이 아니라 생명 쪽에서 의료를 보고, 건강을 보고, 세상을 보자'는 것이다. 이 책을 출판한 '한티재'는 2010년 4월 대구에서 설립된 출판사로 수도권 중심의 출판시장에 용감하게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327쪽, 1만5천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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