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합의를 이루지 않으면 돌아가실 때 기차나 버스, 비행기가 가동 안할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의 언명은 36계 전략의 마지막 계인 '도망(走)'을 사전 봉쇄하겠다는 의미였습니다. 그 덕분인지 환율 전쟁으로 치달을 뻔한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가 합의를 도출하고 유종의 미를 거두었습니다. 참으로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한 판의 경제대전이었습니다. 각기 다른 이익 분치점에서 출발한 20개 국가의 두뇌회의는 출발 초기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먼저 분위기를 조장한 것은 달러화입니다. 미국은 누적되는 대중 적자의 폭을 좁히려고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압박했습니다. 이에 중국은 '속임수를 써서 고비를 넘기는 수법(瞞天過海)으로 대응했습니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 스스로 중국이 여전히 개발도상국이라고 강조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그러나 얕은 수법에 당할 미국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미국은 지금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상대를 제압하는데 유용한 중국 카드가 필요한 때입니다.(借刀殺人) 유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당면한 경제위기를 해소하는데 중국을 공공의 적으로 삼아야 할 상황입니다. 다들 위안화가 평가절상되면 중국의 대유럽 수출이 감소할 것이고 상대적으로 유럽의 경기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유럽은 중국 내부의 혼란을 조장해 중국을 옭아매려는 전략(混水摸漁)을 계획하고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하였습니다. 동시에 이중보장으로 미국과 협력하여 중국 봉쇄를 위한 연대까지 형성하였습니다.(連環計)
그러나 중국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중국은 36계 전략의 본산입니다. 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하는 계책으로 대응합니다.(원교근공: 遠交近攻) 그리스, 터키에게 지원을 강화하고 일본의 국채를 대량 매각해버린 것이 바로 그 예입니다. 조어도 분쟁의 발생도 그러한 전략의 하나입니다. 그리고 한국 국채를 대량 매입함으로써 한국과 일본 사이를 이간질 시킵니다(反間計).
이틀간의 짧은 회의 기간이었지만 각종 계략이 난무한 치열한 접전이었습니다. 결과는 무승부로 끝났고 모두가 이긴 싸움이었다고 평합니다. 그러나 G20이 서구국가 주도의 G5, G6, G7, G8을 거치면서 발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G20은 손님이 주인 노릇을 하게 된 중국의 승리입니다.(反客爲主) 이 모든 계략들은 마선량(馬森亮)의 '三十六計'에 소상히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정태<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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