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공적 국제결혼 위한 첫걸음…이달부터 강의

국제결혼안내프로그램, 남성 참가자 발길 부쩍

27일 오후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열린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결혼사증 발급절차와 심사기준 등에 관한 강의를 듣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27일 오후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열린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결혼사증 발급절차와 심사기준 등에 관한 강의를 듣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27일 오후 대구시 동구 검사동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입구에서 담배를 피워 문 채 한숨을 내쉬던 A(40) 씨는 서둘러 3층 강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국 여성과 국제결혼을 앞두고 이번 달부터 시행된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강의실에는 60대부터 30대 중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성들이 하나 둘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A씨는 "몇 년 전 중국 여성과 결혼했는데 얼마 안 돼 자기 나라로 훌쩍 떠나 버렸다"며 "요즘 혼담이 오가는 베트남 여성과는 제발 잘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3시간 동안 진행된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은 순탄치 못한 결혼이민자들의 생활이 사회문제화하고 해당 여성의 출신국과 마찰이 잦자 법무부가 마련한 것. 법무부가 특정국가 국민에 대한 결혼사증 신청요건에 한국인 남성의 국제결혼 안내 프로그램 이수증 제출을 의무화해 국제결혼을 하려면 반드시 받아야 할 교육이다.

이 프로그램은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수요일에 진행된다. 이수증을 받아 국제결혼을 할 수 있는 국가로 고시된 곳은 현재 중국,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 몽골, 우즈베키스탄, 태국 등 7개국이다.

26일 진행된 프로그램은 이달 6일 첫 프로그램 후 두 번째로 마련된 자리였다. 배우자가 될 여성의 국적란을 봤더니 중국 24명, 베트남 31명, 필리핀 7명, 캄보디아 2명, 태국 1명 등 모두 65명이 참가 신청을 했고 이날 63명이 강의를 들었다.

첫 시간은 영남대 국어생활상담연구센터 김영숙 간사의 결혼 관련 국가 문화와 풍습, 예절 등을 소개하는 강의였다. 김 간사는 "같지 않다, 다르다는 의미의 '차이'가 아니라 우리가 옳고 당신은 그르다는 뜻의 '차별'이 없어야 한다"며 "가톨릭 신자가 많은 필리핀에선 낙태에 부정적이어서 2세 계획은 미리 상의하고 아내의 나라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의는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박영신 사증담당의 결혼사증 발급절차와 심사기준,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모경순 구미센터장의 결혼이민 상담 사례와 경험담 등으로 3시간 동안 이어졌다. 일부 참석자는 바쁜 시간에 불러낸다며 투덜대거나 지루해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귀를 쫑긋 세운 채 강의에 귀를 기울였다.

30대 후반의 B씨는 "사귀면서 결혼 이야기까지 오가던 중국 여성이 불법체류자 신세가 되는 바람에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며 "이번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대로 바로 결혼사증 발급을 신청해 마음 편히 지내고 싶다"고 전했다. 베트남 여성과 결혼할 예정인 C(43·농업) 씨는 "국내에선 신붓감을 구하기 어려운 처지에 홀어머니 건강도 좋지 못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며 "유익한 강의였지만 강의 시간이 짧아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사회통합팀 신현세 팀장은 "다문화가정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이번 프로그램이 건강한 다문화사회를 정착시키는 데 작은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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