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8일 병영 내에 '불온서적' 반입'소지를 금지한 군인복무규율 조항이 기본권과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2008년 군이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23종의 책을 "군 정신 전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불온서적으로 지정하자 군 법무관 등이 낸 헌법소원이 2년 만에 마무리됐다. 군의 금지 도서 지정을 둘러싼 논란의 여지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지만 불온서적 반입'소지를 규정한 복무 규율이 합헌이라고 결정 난 이상 헌재의 판단을 존중하고 따라야 하는 것이다.
헌재의 결정처럼 군인복무규율이 합목적적이고 정당하다 하더라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최고선은 아니며 현실을 완전히 뛰어넘을 수도 없다. 따라서 군도 이번 결정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숙고해봐야 한다. 복무 규율이라는 방패만으로는 장병들의 의식 세계까지 모두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금지 도서 선정에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객관적 기준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아무리 군대가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기관이고 명령을 생명처럼 여기는 조직이라 하더라도 규율과 명령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과정과 수단 또한 정당해야 한다. 그러려면 규율의 취지를 넘어선 자의적이고 불합리한 강제와 명령이 없어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1970, 80년대 군사독재 시절처럼 몰가치적이고 폭압적인 시대 상황은 아니다. 군사독재 타파와 민주주의, 인권에 목말라하며 의식화로 개인 정신 세계의 깊이를 재단하던 때도 지났다. 사정이 이런데도 장병들이 관심 있게 보는 책이라고 해서 모두 정신 전력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불온서적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런 일로 '군대 가서 2년 썩는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군의 책임 있고 균형 잡힌 판단이 요구된다. 군이 경직되면 경직될수록 반발이 커지게 되고 그게 군 정신 전력에 더 치명적일 수 있다.
헌재가 기각 사유에서 밝혔듯 군의 정신 전력이 국가 안전보장을 확보하는 군사력의 중요한 일부분인 이상 이를 보전하기 위해 부득이 불온서적을 금지해야 하는 군의 특수 상황 또한 인정해야 한다. 기본권과 양심의 자유를 이유로 규율과 명령을 무시한다면 군의 기강은 물론 군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군도 장병 개개인의 성숙한 판단을 믿어야 하고 개인도 국가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행동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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