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가 자전거부품 '좀도둑' 활개

바퀴·안장 등 고가 장비만 전문 싹쓸이

대학캠퍼스에 값이 나가는 자전거 안장이나 바퀴 등 부품만 전문적으로 훔쳐가는 신종 자전거 도둑이 설치고 있다. 도난 방지용 CCTV가 있지만 제 역할을 못해 학생들의 피해가 크다. 경북대에 설치된 자전거 보관대와 CCTV.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학캠퍼스에 값이 나가는 자전거 안장이나 바퀴 등 부품만 전문적으로 훔쳐가는 신종 자전거 도둑이 설치고 있다. 도난 방지용 CCTV가 있지만 제 역할을 못해 학생들의 피해가 크다. 경북대에 설치된 자전거 보관대와 CCTV.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대학생 임성호(24) 씨는 도서관에 들어갈 때 책가방과 함께 하나 더 챙기는 것이 있다.

자전거 안장을 두 번 도둑 맞은 뒤 도서관에 갈 때는 항상 안장을 갖고 들어 가는 것. 임 씨는 "안장이 편해야 자전거를 타기 좋은데 좋은 것인 줄 알고 귀신같이 훔쳐가더라"며 "도둑 때문에 좋은 자전거 부품을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자전거 바퀴도 도난의 표적이다. 도둑들은 퀵 릴리즈(버튼 하나로 자전거 부품을 탈부착하는 장치)가 달린 자전거만 골라 바퀴를 뽑아간다.

경북대 법학과 3학년 K(27) 씨는 "자전거 안장은 공구가 없으면 훔쳐갈 수 없도록 개조했지만 바퀴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더니 자전거 도둑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 했다.

자전거 본체는 그대로 두고 값이 나가는 안장이나 바퀴 등 부품만 전문적으로 훔쳐가는 신종 자전거 도둑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이는 캠퍼스내에 '자전거 백화점'이라 할 만큼 다양한 종류의 자전거가 수백대씩 세워져 있고, 비싼 부품을 조립한 고급 자전거가 늘어나는 추세라 전문 절도범의 표적이 되고 있는 것.

자전거 도둑이 극성을 부리면서 '실내 주차' 를 하는 학생들도 있다. 70만원짜리 자전거를 타는 이승엽(24·계명대 행정학과) 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자전거용 블랙박스가 있어야만 밖에 세워둘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자전거를 밖에 세워야만 하는 상황에 대비해 자물쇠를 두 개씩 가지고 다닌다"고 했다.

자전거 보관대에 CCTV가 설치돼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경북대의 경우 산격동 캠퍼스에 자전거 도난 방지용 CCTV를 9대 설치했지만 학생들은 CCTV를 믿지 못하고 있다. 추지훈(25·경북대 응용생물화학과) 씨는 "자전거 도둑은 주로 밤에 움직이기 때문에 CCTV에 찍혀도 범인을 잡을 수 없다"며 "스스로 보안을 철저하게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했다.

김지수(20·여·경북대 동양학과) 씨는 "CCTV를 믿고 자전거를 세워뒀다가 당한 것이 이번이 세 번째다. 테이프를 돌려보니 화면이 흐리고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며 "지금은 중고 자전거 사이트를 뒤지면서 '아무도 안 훔쳐갈만한 싼 자전거'를 찾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경북대 홈페이지 게시판 '복현의 소리'에 한 학생은 "자전거를 자물쇠 서너개로 묶어두면 핸들을 뽑아 가더라"며 "도둑이 무서워 자전거를 탈 수 없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고 썼다.

이에 대해 경북대 관계자는 "도둑들이 주로 밤에 활동하기 때문에 CCTV에 찍혀도 얼굴을 확인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자전거가 있는 곳마다 CCTV와 가로등을 모두 달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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