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의 고급 주택에서 집주인 토니(제임스 폭스)와 그의 약혼녀 수잔(웬디 크레이그 분), 그리고 하인 배럿(더크 보가드)과 그의 여동생이라는 여자 베라(사라 마일즈) 등 4명이 벌이는 심리극.
집주인은 하인의 여동생에게 빠져들고 집주인의 약혼녀는 하인을 경멸한다. 또한 하인은 집주인을 조롱하고 그의 여동생은 두 남자와 거리낌 없이 잠자리를 갖는다. 이 넷 중에서 서로에 대한 진실을 꿰뚫어보는 이는 수잔과 배럿이다. 그런 이유로 수잔은 배럿을 증오하지만 배럿은 자신의 신분상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진 않으면서 자신의 속내를 넘보는 수잔에게 섬뜩한 눈빛으로 경고를 보낸다. 배럿과 베라의 관계가 발각되며 영화는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잘 짜인 시나리오와 연극을 보는 듯 답답하면서도 꽉 찬 화면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대부분의 촬영이 3층으로 구성된 저택 안에서 진행됐는데 이 '3층'이라는 내부구조는 '계급'에 대해 끊임없이 물고늘어지는 본 작품에서 아주 유용한 상징으로 쓰인다. 넘어설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지는 이들의 공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하인의 마각이 드러날수록 점점 흐트러진다. 극은 파국으로 치달아, 주인은 하인과 그의 여동생을 쫓아내지만 애인에게 버림받아 무기력한 신세가 된다. 얼마 뒤 하인은 집나간 탕아처럼 고개를 숙이고 주인에게 돌아오지만 이내 집안의 실권을 잡고 주종관계는 완전히 역전된다.
미국 출신 감독 조셉 로지의 10번째 영화로 그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비평가들에게도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그러나 마르크스주의에 심취했던 조셉 로지가 2차 대전 이후 미국에 불어닥친 매카시즘의 광풍에 밀려 할리우드를 떠나 영국으로 이주하여 완성한 작품이다.
로지 감독은 이 작품에서 부르주아 계급의 의존성, 위선, 권태, 노동 없는 부유함을 풍자하며 좌파적인 정치 성향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시나리오는 로지 감독보다 정치적으로 좌파 성향이 더 강한 2005년 노벨상 수상 작가 해럴드 핀터가 맡았다. 로지는 1976년 이후 프랑스로 이주해서 영화를 찍었는데 만년의 로지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으나 소망을 이루지 못했다. 85년 세상을 떠났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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