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마트 피자' 논쟁… 불거진 대기업 도 넘은 상혼

SSM·주유소 이어 이젠 동네피자까지 넘보나

이마트가 SSM(기업형 슈퍼마켓)과 주유소사업에 이어 피자 판매에 나서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싼값에 질 좋은 상품을 공급하겠다는 이마트의 논리에 대해 일부 시민들은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침해해서야 되겠냐고 맞서고 있다. 매일신문 자료사진
이마트가 SSM(기업형 슈퍼마켓)과 주유소사업에 이어 피자 판매에 나서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싼값에 질 좋은 상품을 공급하겠다는 이마트의 논리에 대해 일부 시민들은 대기업이 골목상권까지 침해해서야 되겠냐고 맞서고 있다. 매일신문 자료사진

'돈이 되면 무엇이든 한다?'

막대한 자금력과 영업력을 지닌 이마트가 SSM(기업형 슈퍼마켓)과 주유소사업에 이어 피자 판매에 나서면서 논란 속에 휘말리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이마트의 이 같은 영업 행태를 놓고 정용진(42) 신세계 부회장과 트위터리안(트위터 사용자)들 간에 '이념적 소비' 논쟁마저 벌어졌다.

◆이마트 피자 논란

현재 전국적으로 이마트 매장에서 피자를 판매하는 곳은 29곳. 이마트는 베이커리 코너 한쪽 자투리 공간에 피자 코너를 마련했다. 이마트 피자의 종류는 콤비네이션·불고기·디럭스피자 3가지에 불과하지만, 피자 한 판의 크기가 일반 매장의 33㎝보다 큰 45㎝이다. 가격은 한 판에 1만1천500원. 브랜드 피자가 아닌 동네 골목 제품이라 할지라도 미디엄 사이즈 가격이 1만2천~1만3천원대를 넘어서는 것을 감안하면 싼 가격이다. 이마트는 "이 피자를 회사 대표 상품으로 키우기로 하고 매장을 연말까지 60여 개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마트 피자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은 대기업이 골목 상권까지 침범해 '돈이 되면 뭐든 다한다'는 논란 때문이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최근 전국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SSM과, 주유소사업 등에까지 뛰어들면서 서민들의 생계수단까지 빼앗는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아오던 중이었다. 이런 가운데 이마트가 '피자'를 들고 나오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노이즈 마케팅인가?

이마트 피자가 인기를 얻는 한켠에는 노이즈(잡음) 마케팅도 한몫을 하고 있다. 워낙 논란이 뜨겁다보니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시끄럽냐? 한번 먹어나 보자"는 소비자들도 상당수인 것.

트위터로 소통하는 것으로 유명한 정용진 부회장은 이미 트위터리안들과 한판 논쟁을 벌인 바 있다. 대기업이 동네 피자 상권까지 진출한다는 시민들의 지적에 정 부회장이 "소비도 이념적으로 하느냐"는 답을 하면서 뜨거운 논란이 된 것.

정 부회장은 "요즘 마트에서는 떡볶이 어묵 국수 튀김 안 파는 게 없는데 왜 피자만 문제 되나?"라고 반문하기도 했고, "님이 재래시장을 걱정하는 것만큼 재래시장이 님을 걱정해 줄까요"라고 트위터리안에게 답하기도 했다.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박경철 씨는 이마트의 피자 사업을 다른 각도에서 분석했다. 그는 "이마트에 피자를 독점 공급하는 조선호텔 베이커리는 정용진 부회장의 동생인 유경 씨가 45%의 지분을 가진 개인 회사"라며 "이 회사가 이마트에 베이커리 상품을 제공하면서 조선호텔이 크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를 대주주 일가에게 양보했다"고 꼬집었다.

28일 밤에는 정 부회장과 나우콤 문용식(51) 대표가 트위터를 통해 한밤의 뜨거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신세계 임직원들의 복지를 강화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자 이에 대해 문 대표가 "슈퍼 개업해서 구멍가게 울리는 짓이나 하지 말기를…. 그게 대기업이 할 일이니?"라고 반말을 섞어가며 비난의 글을 단 것이 시작이었다.

이에 정 부회장은 "마지막에 반말하신 건 오타겠죠?"라고 맞받자 문 대표는 "오타는 아니다. 피자 팔아 동네 피자가게 망하게 하는 것이 대기업이 할일이냐? 주변 상권은 다 붕괴시키면서 회사직원 복지만 챙기면 되는 거냐구여?"라고 따지고 든 것. 그러자 정 부회장은 "이 분 참 분노가 많으시네요"라며 "왼쪽에 서 계셔도 분노는 좀 줄이도록 하세요. 사회가 멍듭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념적 소비…어떻게 볼 것인가?

이마트의 피자 사업에 대해 소비자들의 시선 역시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일부는 "저렴한 값에 질 좋은 제품을 공급해 준다는데 결국 이것이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기여하는 것 아니냐"며 "사실 지금까지 동네 피자가게들이 맛과 서비스는 형편없고 비싼 가격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또 현재의 피자 시장 상당부분이 피자헛과 도미노피자 등의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만큼 큰 문제가 될 것이 없으며, 기존 코스트코 등의 매장에서도 피자를 판매해 왔기 때문에 새삼 이마트 피자를 놓고 논란을 벌일 일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상당수다. 막대한 자금력을 무기로 돌진해오는 대기업과 영세 자영업자가 싸우는 것은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시민들도 상당수다. 김재현(31) 씨는 "지금은 자금력을 바탕으로 박리다매 전략을 취하지만 동네 상권이 다 무너지고 독점 체제가 되고 난 후에도 이렇게 싼 가격에 소비자들에게 판매할지 의문"이라며 "더구나 자영업자들이 삶의 기반을 잃은 후 발생하게 될 사회적 비용은 소비자인 일반 시민들에게 세금으로 전가될 것이고 그 과정 속에서 배를 불리는 것은 결국 대기업뿐 아니냐"고 말했다.

일순간 이슈로 떠오른 '이념적 소비' 단어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최명희(32·여) 씨는 "요즘 소비자들은 값이 싸고 양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구매하지는 않고, 다소 비싸더라도 환경을 생각하거나 사회적 윤리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영세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마트 피자 대신 동네 가게를 이용하는 내 작은 실천이 '이념적 소비'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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