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구 꼴통'이 대구경북을 들쑤셨다. '꼴통'은 인격 모독적인 말이다. 꼴통 소리를 듣고 기분이 나쁘지 않은 사람은 성격이 좋거나 조금은 이상한 사람일 게다. 그만큼 꼴통이란 말은 해서도 안 되고, 들을 이유도 없다.
대한민국 보수를 대표해 온 대구경북이 왜 수구 꼴통 소리를 듣게 됐을까? 솔직히 한두 번 들은 말은 아니지 않은가. 정치인의 돌출 발언으로 인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을 뿐이다.
대구경북이 타 지방보다 '경쟁 우위'에 있는 상징이 몇 개 있다. '폐쇄' '부재' '우물 안' 등이다. 얼마 전 대구와 비슷한 정치색을 갖고 있는 호남은 우물 안을 벗어나기 위한 전조를 알렸다. 지난달 광주 서구청장 재선거에서 텃밭 정당인 민주당 후보가 2위도 아닌, 3위로 낙선했다. 대구경북처럼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정치 도식을 깨부순 것이다. 최근 세미나에서 만난 광주의 한 기자는 2년 뒤 총선과 대선에서 호남의 정치 지도가 예전처럼 획일적으로 그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 대구는? 1996년 15대 총선에서 자민련이 대구에서 돌풍을 일으킨 적이 있다. 하지만 총선 후 대다수의 국회의원들이 지역 텃밭 정당인 신한국당행을 선택, 정치 지도는 다시 예전 특정 정당 획일 구조로 돌아갔다. 하지만 대구가 정치 우물 안을 벗어날 기회가 잠시 있긴 있었다. 지난 2005년 대구 동을 재선에서 호남에 기반을 둔 열린우리당 후보와 한나라당 후보가 맞대결,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가 무려 44%를 득표했음에도 지역 텃밭 정당인 한나라당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호남 기반 정당의 후보가 예상외의 득표를 했지만 결국 지역민들은 대구에 정치 다양성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 5년 동안 대구경북의 크고 작은 모든 선거는 '수구화'돼 한나라당 독식 구조가 이어졌다. 특정 정당 '온리 유', 이제 좀 식상하지 않은가. 정치적 단일'폐쇄성은 결국 대구경북에 비열한 정치 부메랑만 돌려주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남이가!' 의식도 문제다. 우리가 남이가는 의리와 단결, 협력으로 귀결된다. 언제부턴가 우리가 남이가는 급하게 타올라 쉽게 꺼지는 이상한 정서로 바뀌었다. 엉성한 의리와 단결만 있을 뿐이며, '우리가 남이가'는 오랜 세월 변질돼 지역에 폐쇄 의식만 남겼다. 타 지방과의 협력을 막는 장애물이 돼 버렸다. 왜 아직까지 타 지방에서 이사한 이들이 "대구에서 장사하기 힘들다, 대구 사회에 뿌리내릴 바에 이민이 차라리 낫다"라고 할까.
리더 부재도 문제. 지역에 큰일이 있을 때 모인 10명 모두 목청 터져라 열변을 토하지만 정작 큰일을 누가 이끌지 결정할 때는 그 큰소리가 목구멍 속에서만 맴돌 뿐이다.
진(秦)나라는 춘추전국을 통일,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를 세웠다. 전국시대 초기 이들이 나라를 세운 곳은 비옥한 중원과는 거리가 먼 불모의 땅이었다. 내륙 중의 내륙이요, 사방이 고산준령으로 둘러싸인 갇힌 땅이었다. 중원과 비옥한 땅에 자리 잡은 진(晉)과 제나라와는 출발선 자체가 달랐다. 하지만 진은 개방과 교류를 선택했고, 백성들에게 지금의 '오픈 마인드'를 심었다. 결국 지역적 낙후성을 외부 요인을 통해 극복, 중원을 평정하기에 이르렀다. 진이 자신들이 가진 지역 한계에 갇혀 있었다면 아마 중국 왕조의 그림은 바뀌었을 것이다.
'컬러풀 대구'는 대구의 대표 아이콘이다. 대구 스스로 블랙도 화이트도 아닌, 컬러풀을 표방하지 않은가. 이제 대구경북은 노랑과 파랑, 보라 등 다양한 컬러를 입어야 할 것이다.
이종규 특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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