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시장'지사 罪(죄) 짓지 않으려면

흔히들 살다 보면 세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고 한다. 그 기회를 잘 잡아 노력하면 성공하고, 그렇지 못하면 출세하기 어렵다는 말도 있다. 어떤 지역이나 도시도 마찬가지이다. 찾아온 기회를 잘 활용한다면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고 그 반대의 경우엔 다른 지역이나 도시에 뒤처져 도태되고 마는 것이다.

오래전 대구를 제친 것은 물론 부산까지 따라잡아 우리나라 제2의 도시로 급부상한 인천. 인천이란 도시가 욱일승천의 기세로 도약할 수 있었던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바다를 끼고 있고, 서울과 인접했다는 지리적 요인을 먼저 거론할 수 있겠다. 또 민선 시장들의 강한 추진력을 꼽을 수 있을 것이고, 가진 역량을 하나로 모아 발전의 원동력으로 녹여낸 인천 시민들의 눈물과 땀도 발전 요인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과 함께 인천의 발전 요인으로 꼽을 수 있는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인천국제공항이다. 2001년 개항해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인천공항은 수도권 항공 운송 수요를 담당하는 것은 물론 동북아시아의 허브(Hub)공항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연간 여객 수용능력 4천400만 명, 화물 처리 능력 450만 t, 항공기 운항 가능 횟수 41만 회에 달하는 세계적 공항으로 올라섰다.

공항이 문을 연 것을 계기로 인천은 도시 발전에 가속도가 붙었고 10년 만에 도시 전체가 환골탈태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거리로 3시간 이내에 인구 100만 명 이상인 도시가 61개에 달한다는 사실에서 보듯, 공항 덕분에 인천은 대한민국을 넘어 국제적인 관문 도시가 됐다. '목'이 좋은 곳을 선점하면 장사가 잘되는 것처럼 공항을 통해 사람과 화물이 이동하는 목 좋은 곳을 차지한 덕분에 세계적 도시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의 비약적인 발전은 공항이 생기면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를 넘어 인천 전체가 면모를 일신하는 전기가 됐다. 인천이 '대한민국의 심장'을 넘어 뉴욕과 같은 세계적 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웅지(雄志)를 품게 된 것도 국제공항을 갖고 있는 덕분이다.

인천국제공항도 처음부터 환영받은 프로젝트는 아니었다. "영종도 신공항 건설은 어처구니없는 사업임을 확신하며 중단해야만 한다"는 등 반대 여론이 만만찮았다. 그러나 인천은 이 모든 난관을 뚫고서 국제공항을 열었고, 이 공항 덕분에 도시 전체가 성공 가도를 질주하고 있다. 공항 개항이란 절호의 기회를 잘 잡아 땀흘려 노력한 끝에 지금 달콤한 열매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북과 부산, 울산, 경남 등 동남권이 국제공항을 만드는 데 동분서주(東奔西走)하는 까닭도 인천국제공항이 가르쳐준 교훈에서 찾을 수 있다. 하늘길인 공항이 있고 없고에 따라 그 지역의 명운이 갈린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기에 공항 만들기에 모든 힘을 쏟고 있다.

지금까지 대구경북은 위천국가산업단지 조성 등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동남권 신공항을 밀양에 만드는 것은 대구경북에 찾아온 '마지막 기회'라 할 수 있다.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이 지역은 쇠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밀양에 공항을 만드는 것은 공항 하나를 만드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이 지역이 발전할 수 있는 최후의 기회를 잡느냐, 아니면 영영 도태되느냐를 공항이 가름하기 때문이다.

대구시장이나 경북지사를 비롯해 이 지역에서 이 시대를 사는 우리 세대가 밀양 신국제공항을 만들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에 엄청난 죄(罪)를 짓는 일이다. 대구경북이 발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은 물론 비전과 희망이 없는 대구경북을 다음 세대에 물려줘서다.

이 지역에서 계속 살아갈 우리의 자녀들에게 죄를 짓지 않으려면 적어도 공항은 꼭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 세대들이 이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 지역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다. 다음 세대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느냐, 그렇지 않으냐는 지금 우리들의 손에 달려 있다. 벼랑 끝에 서서, 하늘이 준 마지막 기회를 잡는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 지역에 사는 모든 기성 세대들이 혼신의 힘을 쏟아 밀양에 국제공항을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들은 다음 세대에 죄를 짓지 않게 된다.

이대현(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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