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테마] 꽃보고

여기가 꽃세상이로구나

아름다운 꽃을 보는 것은 기쁨이다. 꽃향기 속에서 희망의 새싹을 틔운다. 꽃은 언제, 어디서나 우리 곁에 있다. 꽃은 자연의 최고 결정체이다. 사람도 풍기는 이미지가 다르듯 꽃도 제각각의 향기를 품고 있다. 꽃과 어우러지면 마음조차 여유로워진다. 가을꽃의 상징인 국화를 비롯해 수많은 꽃들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붉게 물든 단풍과 함께 어우러진 꽃향기를 따라 대구수목원으로 향했다.

대구수목원(달서구 대곡동) 입구에는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양쪽으로 도열해 방문객을 맞이한다. 시원한 바람과 새소리를 벗 삼아 조금 걸으니 중앙광장 분수대가 나왔다. 마침 이곳에는 만개한 국화가 한창이었다. 창공을 향한 시원한 분수 물줄기를 배경으로 국화 천지였다. 노랑, 주황, 보라, 자주, 하양 등 형형색색의 국화가 단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국화로 만든 터널을 지나니 다양한 국화의 몸매가 아름답다. 백조, 공룡, 토끼, 다보탑 등 각양각색으로 변신한 국화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냈다. 지금 이곳은 '꽃 반 사람 반'이다. 이들 형상을 배경으로 나들이객들은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엄마의 손을 잡은 꼬맹이, 유모차를 끈 부부, 연인 등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꽃향기에 취해 얼굴 가득 기쁨으로 넘쳤다. "아름답다, 예쁘다, 천국에 온 것 같다"고 이구동성이다. 형형색색의 국화가 청명한 하늘, 붉은 단풍과 함께 어우러져 빚어내는 신선경에 다름 아니다.

중앙광장에 만개한 국화 내음에서 깨어날 무렵 온실 전시실 속의 국화가 손짓한다.

'봉황, 이천년, 새벽호, 재보, 록립, 춘심, 동광, 판석, 대호, 신춘광, 만복, 송심, 홍산, 금창운, 안의육가, 하남의성, 갈채, 금봉관, 금추, 홍추, 애국천, 초일, 춘향여심, 도원, 천우각, 가을아가씨, 귀공자, 오광, 사미인국, 국화성, 만흥, 진수….' 이들의 공통점은? 다름 아닌 국화의 이름이다. 다양한 이름에 다양한 모습을 가진 국화들이 온실 전시실에 자태를 드러냈다. 온실 중앙에는 수목원 동호회원들이 출품한 국화분재가 눈길을 끈다. 산비탈서 자신을 지키는 고고한 기개가 묻어난다.

온실 속 국화 세상을 빠져나오니 주변에는 야생화 천지다. 산과 들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야생화. 들국화를 비롯해 나비를 닮은 자주색 나비꽃, 붉은 색을 띤 볏과의 홍띠, 다람쥐꼬리 모양을 한 다람쥐꼬리, 5개의 꽃잎이 노랗게 물든 미나리아재비, 햇빛에 영롱한 빛을 발하는 용담 등. 이곳에선 야생화들이 이름표를 달고 여느 꽃과는 다른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꽃대가 아홉 마디가 되었을 때 꽃이 핀다는 구절초의 하나인 들국화는 시로도 많이 불려졌다. 이해인의 들국화는 '자꾸만 하늘을 닮고 싶어 스스로 몸부림치는 꽃', 노천명의 들국화는 '외로운 계절을 지키는 빈 들의 색시', 천상병의 들국화는 '바람도 없는데 괜히 몸을 뒤누이는 애기 같은 꽃'으로 말이다.

자연의 꽃인 야생화를 뒤로한 채 선인장 온실을 찾았다. 온실 내에는 기묘한 모양의 선인장이 즐비하다. 호박을 덮어 놓은 듯한 금호, 용 머리에 관을 씌운 듯한 금관룡, 다섯 가지 광채가 나는 누각 모양의 오채각, 기린 목처럼 생긴 대 위에 빨간 꽃잎이 앙증맞은 꽃기린, 아가씨가 부채를 들고 있는 모습의 아씨부채 등. 열대지방에서 자생하는 선인장과 다육식물 200여 종이 눈길을 끌었다.

대구수목원은 10일까지 중앙광장 분수대 및 온실 주변에서 8천여 점의 국화 전시회를 열었다. 대구수목원 한명숙 담당은 "전시회가 끝나도 국화를 그대로 둬 시민들이 즐길 수 있다. 올해는 가을이 늦어 지금 국화가 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는길

▷ 시내버스=유천교에서 하차(도보 20분)-600번, 623번, 650번, 651번, 655번, 달서3, 달성1, 달성2, 고려자동차학원에서 하차(도보 20분)-706번, 649번, 삼성래미안아파트에서 하차(도보 10분)-604번

▷ 지하철=1호선 종점 대곡역(3번 출구, 도보 20분)

▷ 승용차=북대구IC→신천대로→상동교에서 우회전→앞산순환도로→상화로→유천교 500m 전방(좌회전)→삼성래미안아파트 뒤→대구수목원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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