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든데스' 연장 2차전. 먼저 시위를 당긴 한국의 맏언니 주현정이 10점을 쏘자 신예 기보배가 10점으로 응답했다. 마지막으로 사대에 선 예천군청의 윤옥희는 한참 숨고르기를 한 끝에 시위를 당겼고, 화살은 10점 과녁에 꽂혔다. 그러나 한국 여자 궁사들은 실력이 일취월장한 중국의 결과를 지켜봐야 했다. 중국의 두 번째 사수 장윤뤼가 7점을 쏘는 실수를 저지르고 난 뒤에야 한국은 금메달을 확정지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이 위협받고 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이 무난할 것으로 기대됐던 한국 여자 양궁은 21일 아오티 양궁장에서 치른 준결승에서 연장 끝에 인도를 힘겹게 따돌리더니 결승에서도 2차 연장까지 가는 예측 불허의 대접전을 벌인 끝에 겨우 금메달을 사수했다. 한국은 결승 2엔드에서 중국에 역전을 당한데다 3엔드에서 주현정이 7점을 쏘는 실수로 패색이 짙었지만 마지막 4엔드에서 연속 8점을 쏜 중국의 실수 덕분에 가까스로 220대220 동점을 이뤄 연장전에 돌입할 수 있었다.
이처럼 한국 양궁이 더 이상 우승을 장담할 수 없게 된 것은 바로 '기술 이전'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 최강 전력을 갖추면서 수많은 지도자를 배출했고 이 중 수십 명이 유럽과 아시아, 아메리카 등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 실제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대만과 이란,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 등 양궁 대표팀의 지도자도 한국인이다. 특히 이날 여자 단체전 4강에 오른 4개국 모두 한국 지도자의 지도를 받았거나 받고 있는 국가다.
준결승에서 한국에 이기다 결승 진출 목전에서 막판 뒤집기를 당한 인도를 이끈 지도자는 이왕우 감독. 최근 2년간 월드컵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대표팀의 실질적 감독을 맡았던 이왕우 감독은 이번 대회에도 선수들과 함께 광저우에 왔지만 인도양궁협회는 인도인을 정식 감독으로 세우고 이 감독에게 조언 역할을 맡겼다. 이 감독은 관중석에서 경기를 끝까지 관전했다.
결승에서 한국과 초접전을 벌인 중국도 양창훈 현 한국 남자 대표팀 코치 등 한국 지도자를 영입해 선수 훈련 등 원천 기술을 확보한 뒤 현 중국인 감독 체제로 대표팀 운영 체계를 바꿨다. 3, 4위전에서 인도와 맞붙어 마지막 한 발 때문에 동메달을 놓친 대만의 사령탑도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코치로서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조련한 전인수 감독이다.
한국 양궁 지도자들의 활발한 해외 진출이 언젠가 한국의 등에 칼을 겨눌 것이라는 우려가 점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광저우에서 최두성 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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