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국내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은 낯선 존재다. 다소 비싼 가격과 선택의 폭이 좁은 모델, 관심 부족 등으로 국내 판매 시장 자체가 크질 못했다. 혼다가 야심 차게 한국시장에 내놓은 '인사이트'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깰 태세다. 가장 큰 무기는 '착한' 가격이다. 수입 하이브리드 차량으로는 처음으로 2천만원대다. 인사이트의 판매가는 2천950만원(기본형 기준)으로 기존 시빅 하이브리드보다 800만원 정도 싸고 도요타 프리우스(3천790만원)보다는 840만원이 저렴하다.
인사이트를 직접 타 봤다. 대구 수성구 중동에서 출발해 신대구부산고속도로를 거쳐 남밀양과 청도군, 달성군 가창면을 돌아오는 155㎞ 구간이다. 인사이트의 공인 연비는 ℓ당 23㎞. 시승 후 측정한 연비는 ℓ당 19㎞였다. 급가속과 급제동, 시내주행과 고속주행을 되풀이한 가혹한 시승 조건을 감안하면 양호한 성적이다.
인사이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연비와 경제성에 집중한 차다. 외모는 실용적인 해치백 스타일이다. 실내와 트렁크의 구분이 없고, 차체 뒤쪽을 여닫는 해치백의 경우 차체 길이는 동급 세단보다 짧지만 무게가 줄어 연비가 좋고 실용성이 뛰어나다. 크기는 신형 아반떼나 경쟁차인 도요타 프리우스보다 8~15㎝가량 작지만 크게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 대신 배터리 역할을 하는 인텔리전트 파워 유닛(IPU)이 트렁크 밑부분에 위치해 중심이 낮아졌고, 실내공간과 적재공간도 여유로워졌다. 외관은 범퍼부터 뒤쪽 트렁크도어까지 하나의 선으로 매끈하게 이어진 점이 눈길을 끌었다. 앞쪽 그릴과 슬림한 헤드라이트, 방향지시등에는 혼다 고유의 디자인 색깔이 묻어난다. 뒤쪽 도어에도 창을 설치해 너른 시야도 확보했다.
내부는 독특하다. 2단인 계기판의 아랫부분은 타코미터와 각종 운행 상황을 보여주는 정보창, 배터리 작동 정보 등이 있고, 눈이 많이 가는 속도계는 위쪽에 배치해 시선 이동을 줄이고 눈의 피로감도 덜었다.
가장 큰 특징은 세계 최초로 적용된 '에코 어시스트'(ECO Assist) 시스템이다. 주행 상황에 맞춰 연비를 높이는 이콘(ECON) 기능과 함께 속도계 배경이 녹색, 청록색, 파란색 등으로 바뀌며 현재 연비 상황을 알려준다. 에코 드라이빙을 할수록 나뭇잎의 수가 늘어가는 티칭 기능도 있다. 나뭇잎은 수개월에 걸쳐 연비 운전을 하면 마지막에는 트로피 모양으로 변한다. 그러나 원가 절감을 중시한 탓인지 내장재의 질은 기대에 못 미쳤다.
인사이트는 직렬 4기통 1.3ℓ 엔진과 9㎾급 모터가 조합됐다. 가솔린 엔진이 주로 작동하고 연료소모가 큰 발진이나 가속시에 모터가 엔진에 힘을 보태는 병렬 방식이다. 힘은 부치지만 전기모터가 주된 동력 수단인 도요타의 직렬 방식에 비해 구조가 간단하고 무게가 가볍다. 엔진의 최고 출력은 89마력, 최대 토크는 12.3㎏/m, 모터의 토크는 8.0㎏/m이다. 가속시 응답성은 좋은 편이다. 신호 대기를 위해 차를 멈추면 자동으로 시동이 꺼지는 오토 스톱 기능도 있다. 주행 시 속도계 배경 불빛의 변화를 보며 수시로 연비를 확인했다. 자동 무단변속기(CVT)가 탑재된 덕분인지 변속 충격은 없었지만 가속력은 다소 밋밋했다. 고속도로에 오르며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았다. 강하게 치고 나가는 맛은 없지만 꾸준히 속도를 높이며 시속 160㎞까지는 큰 무리 없이 도달했다. 하지만 그 이상 치고 나가기에는 인내심이 필요했다. 코너링은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가창 헐티재를 시속 60~70㎞ 이상으로 돌아나가도 원하는 대로 움직여줬다. 급커브에서 강하게 운전대를 꺾자 차량 안정화 제어 시스템(VSA)이 작동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 인사이트는 환경친화적 자동차로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취·등록세 등 150여만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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