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시 논술특강에 '대구'는 없다

"학교·학원 배울 곳 미흡" 수업 빼먹고 서울로…

2011학년도 경북대 수시전형 논술고사가 치러진 23일 오전 공과대학에 지원한 수험생들이 논술답안지를 작성하고 있다. 수능시험의 난이도가 높아 적지 않은 수험생들이 논술시험을 포기해 고사장자리가 여기저기 비어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2011학년도 경북대 수시전형 논술고사가 치러진 23일 오전 공과대학에 지원한 수험생들이 논술답안지를 작성하고 있다. 수능시험의 난이도가 높아 적지 않은 수험생들이 논술시험을 포기해 고사장자리가 여기저기 비어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대구의 고3 수험생 A(18·이과) 군은 수능 직후인 20일 서울 대치동 학원가로 상경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고려대 수시 논술 특강을 듣기 위해서다. A군이 학교를 결석하고 서울로 간 것은 이번 수능 성적이 예상보다 많이 떨어져 정시 합격이 불투명해졌기 때문.

A군은 "이젠 수시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지역에선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논술을 배울 곳이 없다"고 했다.

18일 치러진 2011학년도 대입수능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수능 성적이 하락한 상위권 수험생들이 수시 논술에 입시의 성패를 걸고 논술학원으로 몰리고 있다.

특히 대구 등 지역 학생들이 논술 단기 특강을 수강하기 위해 대치동 등 서울 학원가로 몰려가는 '논술 상경 러시'가 올해는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주요 대학의 남은 수시 논술은 서울대, 한국외대, 고려대, 한양대, 서강대, 숙명여대 등으로 이번 주부터 다음달 초까지 꽉 짜여져 있다.

대구 한 입시 관계자는 "의대 진학이나 수도권 주요대학을 희망하는 상당수 최상위권의 지역 학생들이 수능이 끝나자마자 서울로 향한 것으로 안다"면서 "평소 1등급을 받던 수리 가나 언어영역이 2등급으로 떨어지자 수시 논술에 올인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대치동 등 서울 학원가는 이런 수험생들의 초조함을 이용한 단기 집중 특강이 성업 중이다. 주요 대학 논술 일정이 몰려있다 보니 아예 오전 10시~오후 2시와 오후 2~6시 식으로 나눠 '고대반' '한양대반' '서강대반' 등으로 대학 경향에 맞춘 논술을 풀 타임으로 운영 중이다. 수시에서 여러 대학에 원서를 내다 보니 오전과 오후, 하루 8시간 이상 강의를 듣는 학생들도 상당수다.

학원가에 따르면 2주가량의 수강료만 200만~300여만원으로 숙식비까지 더 하면 300만~400만원을 훌쩍 넘긴다.

학원 강사는 "서울 학원가 일대 오피스텔, 호텔, 여관이 동나는 바람에 부모가 함께 상경해 찜질방에서 지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런 논술 상경의 대열 뒤에는 지역에서는 논술 대비가 불가능하다는 불신이 깔려있다. 정시 상담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교사들로서는 소수의 상위권 학생을 위한 논술 수업을 할 여력이 없는데다 지역 학원들조차 수요가 적다는 이유로 논술 강좌 운영에 소극적이기 때문.

고교생 B군은 "학원비 부담이 너무 커서 서울 학원에 등록을 못했다. 뾰족한 논술 대책이 없어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공교육계에서는 매년 되풀이되는 이런 현상에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적극적으로 막기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대구의 한 고교 교사는 "올해 수능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내신이 불리한 상위권 학생들이 '논술로 뒤집을 수밖에 없다'는 심정으로 서울로 떠난다"며 "학교에서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고 설득해도 학생,학부모가 외면한다"고 답답해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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