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대병원 파업 장기화되나

'외주화' 20여차례 교섭 평행선…시민단체·정치권까지 가세

경북대병원 노조 파업 5일째인 22일 오후 병원 로비에서 노조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경북대병원 노조 파업 5일째인 22일 오후 병원 로비에서 노조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병원 업무 외주화를 두고 노동쟁의를 하고 있는 경북대학병원의 파업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민주노총 공공연맹 의료연대 노동조합 경북대병원분회는 17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최종 조정이 결렬됨에 따라 이튿날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에는 전체 조합원 944명 가운데 중환자실, 응급실 등 필수유지업무를 맡은 조합원을 제외한 500여 명이 참여했고 병원 로비에 스티로폼을 깐 채 연좌농성 중이다.

노조와 병원 측은 20차례 이상 교섭을 가졌지만 노사 입장이 평행선을 달려 이번 사태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다. 경북대병원분회는 칠곡병원의 간호보조 업무 등 외주 확대에 반대하면서 임금 4.6% 인상 등을 주장하고 있다.

우성환 분회장은 "외주 확대는 의료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근로자를 용역 업체 소속 비정규직으로 전락시킨다"며 "가장 큰 쟁점인 외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파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에는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대구진보·민중공동투쟁본부'와 '동산병원 환자식당 식사 질 보장 및 하청용역 철회 직고용 쟁취를 위한 지역시민단체대책위원회'에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대구시당 등 지역 5개 야당이 동조하고 있다.

인권운동연대 서창호 상임활동가는 "경북대병원은 말로만 공공의료를 책임지는 국립병원이지 실체는 외주 백화점"이라며 "환자를 보살피는 간호 보조 업무까지 외주화하면 진료에 문제가 생길 경우 병원은 뒷짐만 지고 책임은 외주업체가 지는 꼴이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북대병원은 "외주 범위는 제2병원을 설립한 국립대병원들이 이미 시행하는 수준이고 정부가 승인한 정원(기능직 30명 포함 692명)으로 칠곡병원을 운영하기 위해선 외주가 불가피하다"며 "임금 인상 대신 격려금 지급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구지방노동청 관계자는 "경북대병원 외주 문제는 전국 국공립병원이 보조를 맞추고 있어 병원 측도 양보하기 힘든 부분일 것"이라며 "타협점을 찾기 어려워 자칫 진료 업무에까지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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