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고추과자가 생각난다. 서리가 내리기 전 끝고추(애기고추)를 모두 따 여러 가지 반찬을 해주셨다. 밀가루 묻혀 쪄내서 양념간장 버무려 먹는 것도 맛있지만 아이들에겐 무엇보다 고추부각이 최고의 간식거리였다. 반찬으로 먹는 것보다 그냥 맨입에 더 잘 먹었던 기억이 난다. '바삭하고 엿을 묻혀 달콤한 맛에 과자처럼 먹었다' 하니 우리 아이들에겐 아주 옛날얘기처럼 들리나 보다. 나에겐 불과 몇 년 전 일 같은데 말이다. 먼 훗날, 문득 엄마가 떠오르는 음식이 될 수 있을까 해서 나도 친정엄마처럼 고추부각을 만들어 본다.
▲고추부각
재료:끝고추 충분히, 찹쌀가루, 밀가루, 간장, 고춧가루, 마늘, 참기름, 물엿(혹은 올리고당), 땅콩, 아몬드 등
▲만드는 법
1. 고추는 꼭지를 떼서 잘 씻은 다음 반 가르거나, 자잘한 고추는 통으로 준비한다.
2. 찹쌀가루를 묻혀서 찜기에 베보자기를 깔고 쪄낸다.
3. 다시 여기에 밀가루를 체에서 내려서 솔솔 덧뿌려 준다.
4. 채반에 널어 햇빛에 3일 이상 말려준다.
5.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끓으면 불을 끄고 말린 고추를 얼른 튀겨낸다. 불이 강하면 탈 수 있으니 약불이나 불을 끄고 바로 튀겨내야 색도 곱고 좋다.
6. 양념간장에 찍어 먹어도 좋다. 올리고당과 땅콩,아몬드 등 집에 있는 견과류를 부숴 같이 버무려 밀폐용기에 담아 보관한다.
※ 옛날 우리 조상들은 참 지혜로웠던 것 같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텃밭을 이용해 바로바로 푸성귀로 찬거리를 만들 수 있었지만 겨울이면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가을걷이를 하고 나면 고추도 쪄서 말리고 호박도 말리고 무도 무청도 말려서 겨울 동안 보관도 용이하게 하고 햇빛에 말려서 비타민C 섭취도 돕고자 했던 것이다. 그 중 고추부각은 찬으로보다 간식으로 사랑받았던 음식이다.
서정아(대구 수성구 시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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