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차와 헤어진 驛, 관광객과 만난다

관광상품으로 부활…애환·추억의 기차역

경주 건천역과 박목월 시인 생가, 선덕여왕의 설화가 담긴 여근곡 등 주변 관광지와 연계해 테마관광지로 만드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채수기자
경주 건천역과 박목월 시인 생가, 선덕여왕의 설화가 담긴 여근곡 등 주변 관광지와 연계해 테마관광지로 만드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채수기자
복원공사 중인 청도 신거역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전용열차를 그대로 본떠 만든 열차가 눈길을 끌고 있다. 청도·노진규기자
복원공사 중인 청도 신거역에 설치된 박정희 전 대통령 전용열차를 그대로 본떠 만든 열차가 눈길을 끌고 있다. 청도·노진규기자
화본역을 대표하는 높이 28m의 급수탑은 독일 동화
화본역을 대표하는 높이 28m의 급수탑은 독일 동화 '라푼젤'에 나오는 탑으로 일컬어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희대기자

속도와 개발을 앞세우는 세태(世態) 때문에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기차역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옛 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한 기차역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기차역을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려는 경북 각 ·시군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기차역이 추억을 되새기고 사람 사는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 전용열차가 있는 청도 신거역

청도군 청도읍 신도마을에 자리한 간이역 신거역에는 주민들의 애환과 추억이 깃들어 있다. 신거역은 지난 1967년 인근 5개 마을 주민들이 새마을운동 7차 사업 때 부역으로 완성한 역이다. 열차 유동인구가 많아지면서 1970년 보통역으로까지 승격했던 신거역은 1988년 올림픽을 즈음해 역사가 철거되고 2007년 완행열차 상하행선 정차마저 멈추며 간이역의 명맥마저 잃게 됐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던 신거역은 최근 청도군의 관광명소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청도군이 새마을운동 발상지 가꾸기 사업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열차를 타고 가다 신도마을을 시찰하는 모습을 재현하는가 하면 대통령 전용열차를 그대로 본떠 만든 열차를 선보이는 등 옛 모습을 되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거역 일대는 새마을발상지 전시관과 함께 새마을발상지 테마공원까지 한창 조성되고 있다. 이중근 청도군수는 "신거역 복원에 이어 2013년까지 예정된 새마을학교, 시대촌 조성, 새마을농장 등이 제 모습을 갖추게 되면 신거역은 다시 살아있는 역으로, 추억을 되살리는 역으로 주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에게 다가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 군위 화본역

군위 산성면 화본리에 있는 화본역은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간이역이다. 지금의 화본 역사는 일제강점기인 1936년 12월 준공돼 그동안 수차례의 리모델링을 거쳤다. 그러나 1층 목조 건물의 형태는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74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화본역을 대표하는 것은 철로 옆에 우뚝 선 급수탑이다. 높이 28m의 이 급수탑은 석탄을 싣고 다니던 증기기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든 물 저장 탱크다. 화본역은 1930년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데다 수려한 주변 경관과 잘 어울려 네티즌이 뽑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선정될 정도다.

군위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인기가 높은 화본역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군위군은 올해 2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하는 '폐선철로 및 간이역 관광자원화 사업' 대상지로 '화본역 그린스테이션' 사업이 선정돼 2012년까지 사업비 45억원을 투입, 화본역사와 관사를 복원하고, 급수탑을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또 역사 주변 조경과 함께 스토링텔링 조각공원을 조성하고, 인근의 폐교를 활용해 추억이 있는 교실, 레일 카페테리아, 가족 영농체험, 증기기관차 급수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아울러 농특산물 전시판매장도 건립할 계획이다.

◆고즈넉한 아름다움 경주 건천역

늦가을 경주 건천역에는 한줄기 마른 바람이 스쳐갔다. 역사 입구의 아름드리 은행나무는 마지막 잎새를 겨우 붙들고 있다. 겨울을 앞두고 있는 역사의 너른 마당에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간이역인 건천역. 하루 4편의 무궁화호 완행열차가 선다. 건천역을 출발한 '느린 열차'는 포항역에 멈춰선다. 건천과 아화 지역 농민들은 억척스럽게 지은 농산물을 바닷가인 포항역 앞 난전에 내다 판다. "산나물을 뜯어 말려서 시장에 내다팔면 3만원은 거뜬하지. 하루 벌이로는 쏠쏠한 편이야." 김이분(76·경주시 건천읍) 할머니는 이래서 건천역 30년 단골고객이다.

36년째 역무원 생활을 하는 김명환(59) 씨는 "지난 1970년대 초에는 건천역도 꽤 큰 역이었다"고 회상했다. 기차가 대중교통의 정점에 있던 시절에는 건천역 대합실이 항상 만원이었다고 했다.

건천역에서 내리면 우리나라 문학계에 큰 발자취를 남긴 박목월 시인의 생가가 지척이다. 신라 김유신 장군의 수련지였던 단석산과 선덕여왕의 설화가 담긴 여근곡도 가깝다. 경주시와 코레일은 이 같은 장점을 지닌 건천역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청도·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군위 이희대기자 hdlee@msnet.co.kr 경주·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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