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 후 인터넷 상에 10대들의 '철없는' 글이 난무하고 있고,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유언비어가 확대생산되고 있다.
'전쟁나는 게 나쁜 거 아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친구랑 싸우는 거와 똑같은 것' '어떻게 되든 휴교나 했으면 좋겠다' '6·25전쟁은 일본과 중국이 싸운 것 아니냐'는 등 안보 의식을 갖지 못한 글로 넘쳐나고 있다.
◆전쟁 나쁜 것 아니다?
대구 모 초등학교 이모(45·여) 교사는 "연평도 사태 이후 학생들이 '영화에서 본 것과 비슷한데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이냐' '북한이 나쁘면 통일되더라도 우리 역시 나쁜 사람 되는 것 아니냐'는 등 남북 관계에 대한 기초 지식조차 없어 보이는 질문을 쏟아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교사는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해줄 수도 있으나 남북 관계의 진행 과정 뿐 아니라 이런 사태에 대한 향후 대응 방안까지 보다 체계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지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직장인 이정애(40·여) 씨도 초등학생 딸이 북한의 연평도 포격 뉴스를 보고 어처구니 없는 말을 내뱉아 깜짝 놀랐다. 딸은 "북한이 자기네들끼리 잘 먹고 살지 왜 남의 나라에 대포를 쏴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 씨는 "왜 북한이 우리와 맞서 있고 심지어 6·25전쟁이 남한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조차 모르길래 차근차근 설명해줘야 했다"며 "왜 분단이 됐는지 이해한 후에 통일에 대해 설명해야 제대로 된 안보·통일교육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연평도 포격사태를 바라보는 초·중·고교생들의 인식이 사실과 크게 빗나가 안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반도 분단 역사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 부족과 무관심이 심각해 안보 의식 강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대구경북을 비롯한 각 시·도교육청이 긴급 안보교육에 나섰지만 진보성향 시민단체는 자칫 북한에 대한 적개심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안보교육 강화 필요성
학생들에 대한 안보교육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각 시·도교육청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의 안보의식과 평화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다음달 1일부터 서울 시내 전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안보 계기 교육'을 실시한다. 계기 교육은 국경일, 기념일 등을 전후해 특별교육이 필요하거나 사회 현안에 대해 학생들이 알아둘 필요가 있을 때 정규 교육과정과 별도로 하는 교육을 말한다. 이곳 이혜련 장학관은 "연평도 사태와 관련해 안보와 평화를 강조하는 내용을 담겠다"며 "구체적인 교육내용은 통일교육원,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대구시·경북도교육청도 각 학교에 안보교육을 유도할 방침이다. 시교육청은 29일 각 교과의 특성을 반영해 학교장 승인 후 안보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학교장 훈화 시간 등을 통해 교육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교육청 관계자는 "우선 인터넷이나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행위가 잘못된 것임을 주지시키도록 했다"며 "지역 통일, 안보 관련 전적지를 방문해 체험학습을 하는 방법도 권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구경북진보연대 김선우 집행위원장은 "6·25전쟁을 비롯해 현재 남북 대치 상황까지 제대로 된 실상을 알려줄 필요는 있지만 자칫 남북간 적개심만 키우는 꼴이 될까 걱정스럽다"며 "단순히 체제 우위를 강조해 대결 국면으로 치닫게 하는 것보다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정착에 초점을 맞춰 교육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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