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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원태의 시와 함께] 떡잎 같은 속잎들은 / 황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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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다듬는 어머닐 보면서

문득 어둡고 또한,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배추 속 같은

앞날을 들여다보듯 멀거니 버려진

떡잎을 본다 어머닌

푸르고 노란 속잎 골라 소금물에 담근다

갇힌 몸 털며 푸들거리는 배추이파리마다

소금기가 차츰 배어들고

검푸르게 남았던 작은 생기마저 감추는

배추는 주름진 어머니 손등처럼

속대없이 절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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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대없이 절여지"는 배추는 늙어가는 어머니의 유비(類比)인 셈이다. 가령 "문득 어둡고 또한,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배추 속 같은/ 앞날"은 "멀거니 버려진" 배추 떡잎의 것인 동시에 늙으신 어머니의 것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아날로지'는 비단 어머니에 대한 것만은 아닐 테니, 우리는 이렇게 말해볼 수도 있을 게다. 삶이란 "갇힌 몸 털며 푸들거리는 배추이파리마다/ 소금기가 차츰 배어들고/ 검푸르게 남았던 작은 생기마저" 점차 잃어가는 과정이 아니냐고 말이다. 늙어가는 생이란 "주름진 어머니 손등처럼/ 속대없이 절여지"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말이다.

바야흐로 김장철이다. 배추 다듬는 어머니와 아내를 보게 되면, 그 팍팍한 삶이 너무 절여져서는 아삭아삭한 맛을 잃고 흐물흐물해져 버리지 않도록, 모쪼록 생기를 북돋워줄 따스하고 위트 있는 격려 한 마디라도 해줄 줄 알아야겠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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