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의 우직성과 순박함으로 이어온 100년, 앞으로의 또 다른 100년을 준비한다.'
올 5월 대구자연과학고등학교(이하 자연과학고)는 개교 100주년을 맞아 3천여 동문이 모여 전야제인 동문음악회를 시작으로 동문서화전과 100주년 기념탑 제막식 및 동문 한마음체육대회를 열었다.
자연과학고는 경술국치의 해인 1910년 5월 대구 향교(구 교동)에서 대구공립농림학교로 출발해 대구농림중학교(1946년), 대구농림고등학교(1951년)로 교명을 바꾸며 면면한 역사를 이어왔다. 이어 1981년 대구 수성구 노변동 옛 수성들 초입 부지 33만여㎡에 대구 유일의 현대식 교육과 실습시설을 갖춘 도심형 농업학교를 목표로 이전, 2000년 대구자연과학고등학교로 재차 교명을 바꿔 지금에 이르고 있다.
2008년 1월 2만3천여 동문의 수장을 맡은 도정기(53회·63·경북과학대학 총장) 자연과학고 총동창회장은 "과거엔 걸출한 인재들을 많이 배출했지만 시대 변화로 농업을 경시하는 풍조가 짙어지면서 현재는 옛 교풍이나 인재양성의 측면에서 쇠락한 점도 없지 않다"면서 "그러나 옛 영광의 재현과 명문으로의 부상을 위해 모교와 동문들이 자주 회합을 갖고 아이디어를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도 회장은 이어 "최근 도심형 농촌학교로의 성공적인 변신이 다른 전문계고보다는 잘되고 있어 동창회에서도 모교의 도약을 위해 물심양면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를 입증하듯 올해 자연과학고는 전국 72개 농업전문고의 경합장인 전국농업전진대회(FFK)에서 금 3, 은 10, 동 8개로 최다 우수상을 수상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대구농림고등학교 때 농업과, 임업과, 축산과 및 원예과였던 전공도 현재는 생태조경과, 바이오식품과, 응용화훼과, 산업기계과, 생물과학과, 농업유통정보과 등 시대 흐름에 맞춘 6개과로 특성화가 되어 있다.
◆꿋꿋하고 순직한 교풍 자랑
하늘과 땅에 의지해 사는 농사꾼은 천성이 우직하고 순박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일까. 자연과학고의 교풍은 '농사꾼 정신'을 이어받아 예절이 바르고 착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서석호(50회·66) 총동창회 사무국장은 "누구나 자연과학고를 방문해 보면 후배들의 깍듯한 인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홍주(54회·현 자연과학고 교장) 동문은 "비록 농업학교이지만 학력도 어느 전문고계 못잖아 대구지역 유수 대학에 매년 졸업생의 약 50%가 진학할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자연과학고는 대구 거주 학생들로 선발되지만 이전엔 대구와 경북의 인재들이 모두 모였다. 또 일제강점기 때는 일본인 학생들도 함께 공부해 지금도 일본에 자연과학고 동창회가 결성돼 있다.
장주환(37회)·정연식(38회)·권도혁(39회) 동문 등은 "자연과학고는 해방 이후 1980년 이전까지만 해도 농업을 통해 조국 근대화에 앞장선 인재들을 양성해왔다"며 "아직도 경북 시·군청 농업 관련 공무원의 60~70%가 자연과학고 출신들이다"고 덧붙였다.
◆학창시절의 추억과 전통
대구농림고 시절 추수감사제는 가장 큰 학교행사였다. 천지신명에 감사하는 추수감사제의 유래와 의의를 이해할 목적의 이 행사는 매년 11월 초 내빈을 모시고 열렸는데 학생들이 직접 가꾸고 수확한 벼와 농산물을 제단에 차려 놓고 학교장이 제주가 돼 감사를 올렸다. 또 가을에 농산물품평회 때는 담당 실습지와 자가 생산품 등을 책임 점수제로 출품하면 3학년 선배와 실과 교사가 심사원이 돼 채점 후 시상을 하기도 했다.
특히 대덕산 학교림 등지에서 키우는 가축의 먹이를 거두는 건초채집 때는 돌연 나타난 토기를 쫓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다. 당시 낫 같은 연장이 위험해 학교에서는 토끼잡이를 금했지만 튀어나온 산토끼를 그냥 둘리 만무했다. 이런 재미는 겨울에도 이어져 매년 눈이 내리기를 고대하기도 했다.
당시 농림고 학생들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추억은 전교생과 교직원이 함께한 모심기였다. 하루 종일 모심기를 하는 그날이 오면 학생들은 행사 후 교정에서 잡은 돼지고기와 국물에 밥을 말아 먹었다. 운동장에서 삼삼오오 둘러앉아 먹던 그 진미는 농림고 학생이 아니면 결코 맛볼 수 없었던 그 시절 그 맛이다.
◆모교 장학금 지원
1970년부터 성적우수 입학생과 대학진학 후배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특히 올해 개교 100주년을 맞아 진영환(52회·삼익THK 회장) 동문이 총동창회에 1억원을 기탁해 이전 적립금과 합쳐 총동창회 장학금으로 적립해 놓고 있다.
이외에도 총동창회 개인장학금으로 금보장학금, 호산장학금, 체육후원금 등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앞으로는 총동창회 장학금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장학생 선정과 장학금 심사 결정 및 기금 확립안에 대한 활동을 펴도록 할 예정이다.
◆자연과학고 교기
해방 이후 전성기에는 연식정구, 농구, 씨름, 축구, 사이클 등 다양한 운동부가 활발하게 활동했으나 1969년 연식정구가 교기로 선정,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자연과학고 연식정구는 2008년 회장기전국정구대회에서 단식 우승 및 복식 준우승을 했으며 2009년 동아일보기전국정구대회에서 개인복식 3위, 전국정구종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복식 2위 등 전국적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모교를 빛낸 동문
자연과학고 동문들 중 가장 많이 진출한 사회 분야는 농업계 공무원들이다. 최전성기 때는 경북지역 시장·군수의 약 70%가 자연과학고 동문들로 채워지기도 했다.
관계엔 신현돈(8회) 전 내무부 장관, 현석호(17회) 전 국방부 장관, 김영준(23회) 전 농림부 장관, 구자춘(39회) 전 내무부 장관 및 김인환(56회) 현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 등이 있으며, 정계엔 황병우·황병태(38회)·이용택(39회) 전 국회의원 등이 있다.
교육계엔 한명수(26회) 전 경북대 총장과 서수생(31회) 전 경북대학교 대학원장, 이동순(55회) 영남대학교 교수, 박인환(61회)·윤태명(64회) 경북대학교 교수 등이 있다. 법조계엔 이명암(21회)·백오윤(23회)·이규진(28회)·장남수(33회) 변호사가 있다. 재계엔 김효봉(38회) 삼영공업사 대표, 의료계엔 김정수(28회) 내과원장, 권득기(40회) 산부인과 원장 등이 있다. 이외 김원일(47회) 소설가와 안상규(69회) 양봉가가 활동하고 있다.
◆총동창회 연중행사
매년 1월 신년교례회 및 정기총회를 통해 한 해의 결산보고와 예산심의를 하며 5월에 개교기념행사와 동문 한마음체육대회를 둘째 일요일에 연다.
매월 기수별로 정기이사회를 갖고 매년 10월 말 재경동창회 체육대회가 있다. 또 동문 공직자 단합대회가 매년 6월 시군별로 개최되며, 지역 동창회도 매년 정기적으로 체육대회를 갖는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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