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춤 한번 추실까요?'(Shall we dance?)
연말은 춤이 생각나게 하는 때다. 한때 웰빙, 몸짱 열풍과 함께 찾아왔던 춤은 바람이 아니다. 춤바람나서 가정을 내팽개친 주부나 한 건(?) 올리려는 제비들이 추는 춤은 더더욱 아니다. 요즘의 춤은 한마디로 밝고 건강한 바람이다. 퇴근 후 라틴댄스 바에서 하루의 피로를 푸는 직장인에서부터 복지회관이나 문화센터에서 손을 잡고 스텝을 밟는 노인과 중년 부부, 어른들 앞에서 팔다리와 몸통을 마구 흔들며 재롱을 피우는 꼬맹이에 이르기까지 종류도 다양하거니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2010년 겨울, 대한민국에서는 춤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무료하고 지친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근사한 국민 오락이자 운동으로 사랑받고 있다.
◆한파 녹이는 댄스 열풍
흥겨운 라틴음악이 흐른다. 한 쌍의 남녀가 서로 가까워졌다 멀어졌다를 반복하며 바닥 위를 현란하게 움직인다. 1일 오후 9시 중구 삼덕성당 인근에 위치한 바바루 댄스바. 라틴춤 동호회 회원들이 현란한 의상을 입고 라틴춤의 일종인 '바차타'를 열심히 추고 있었다. 흐느적거리는 모습이 별로 힘들어 보이지 않지만 모두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어깨가 들썩여지며 절로 신이 난다. 한겨울 추위가 무색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직장인 이정훈(43) 씨는 "퇴근과 동시에 이곳으로 곧장 출근한다. 음악에 몸을 맡기고 있노라면 직장에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한방에 사라진다"며 "춤은 경기 침체 등 갈수록 각박해지는 직장생활에서 단비 같은 존재"라고 했다. "요즘 웃을 일이 많지 않다"는 김희진(33·여) 씨는 "한참 춤을 추다 보면 세상만사를 다 잊게 된다. 그저 즐거울 뿐"이라고 행복한 웃음을 보였다. "안 그래도 힘든 일이 많은데 왜 고생하면서 운동을 해요. 춤을 추면 날씬해지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어 일석이조인데 말이죠."
인근의 한 벨리댄스 학원에서는 10여 명의 여성들이 배꼽까지 훤히 드러난 고혹적인 옷차림으로 춤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심장을 울리는 경쾌한 리듬에 맞춰 상체를 위 아래로 빠르게 움직인다. 살짝 옆으로 돌리며 몸통을 빨래 짜듯 교차시키며 흔든다. 리듬에 맞춰 배와 엉덩이 부위가 살살 돌아갈 때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어떻게 저렇게 하지' 싶다.
벨리댄스를 배우는 이유도 다양했다. 벨리댄스 2년째라는 춤짱 주부 김호진(31) 씨는 "아무래도 라틴댄스 등 소셜댄스는 파트너가 있어야 하는데 쑥스러웠다. 다이어트나 비만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자세까지 바르게 만들어 준다. 또 음악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것 자체가 마음을 순화시켜 정서적으로 안정된다"고 했다.
'허리가 아파서 벨리댄스에 입문했다'는 주부 김진영(37) 씨는 "허리가 아파서 안 써본 약이 없고 안 가본 병원이 없었다. 그런데 춤을 배우고 나서 일주일 만에 허리가 다 나았다"고 환하게 웃었다.
곽은정 벨리댄스 코리아 원장은 "이게 무슨 운동이 될까 싶지만 약 10분간의 운동에 칼로리 소모량이 70㎉에 달하고 500회의 스텝을 밟아야 할 정도로 상당한 운동 효과가 있다. 같은 동작이 수십 번 반복되지만 흥겹고 신나는 몸놀림에 지루한지 모른다"고 했다.
◆춤바람의 진원지 SNS
이처럼 댄스열풍이 거세진 데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 시스템(SNS)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춤을 한번 배워볼까' 하는 생각은 있었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의 확산으로 온라인 춤 동호회가 많아지면서 춤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얻게 되고, 서로 마음을 주고받으면서 오프라인에서까지 춤을 즐기는 애호가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바바루 댄스바를 이용하는 춤 애호가 대부분이 이렇게 춤을 배우기 시작했다고 했다.
인터넷 카페 대구 바사모(바차타를 사랑하는 모임)는 생긴 지 1년여 만에 4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매년 가입을 원하는 회원들이 증가하고 있다. 바사모 같은 온라인 동호회 모임이 대구에만 20여 개가 넘는다.
바사모 회장 박종화(43) 씨는 "직장생활 도중 받은 피로를 해소하고자 하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직장인 회원이 많다. 대부분이 SNS를 통해 춤과 관련한 정보를 접하고 라틴댄스에 도전하는 사람들로 처음에는 무척 망설이지만 몇 번 함께 자리를 하고 나면 춤에 흠뻑 빠진다"고 했다. 한마디로 SNS가 춤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또 예전에는 건강을 위한 운동 개념으로 춤을 배우는 이들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사교나 취미 생활과 관련해 춤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힘들게 마음을 내지 않아도 될 만큼 쉽게 춤을 배울 수 있다 보니 생겨난 현상이다.
황보 민 바바루 라틴문화연구소 소장은 "SNS의 확산으로 소셜파티 등 사회적 모임들이 활성화되고 이는 다시 소셜댄스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온라인 상에서 만나 춤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 오프라인 상에서도 만나 대화도 나누며 춤도 추니 자연스레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새로운 문화코드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여기서 배우세요
대구에서는 댄스를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다. 문화센터나 체육관련 시설 등에서 무료로 댄스 강습을 받을 수 있는데다 학원이나 동호회에서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체계적인 강습을 원하는 사람은 학원이, 사람들과 커뮤니티 모임을 선호하는 경우 동호회가 좋다. 학원의 경우 레벨에 따라 체계적인 수업이 가능하고 수업별로 가격이 다양하다. 동호회는 무료 강습도 진행하고 있지만 수준별 수업에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개인학원으로는 중구 봉산동에 있는 토즈댄스 등에서 힙합, 재즈댄스 등을 배울 수 있고 중구 남일동에 있는 이지댄스학원 등이 알려져 있다. 또 벨리댄스 전문학원으로는 벨리댄스 코리아, 규젤 벨리댄스, 이집트 벨리댄스 등이 유명하다. 라틴댄스를 배울 수 있는 곳은 황인배 댄스스포츠 학원, 바바루 등이 알려져 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사진·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