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 체중도로의 교훈

"도로 정체 때문에 이사합니다."

'교통지옥' 대구 성서 도시고속도로를 취재하던 중 듣게 된 한 시민의 하소연이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 했던가. 도시고속도로 정체 해소에 대구시와 국토해양부, 한국도로공사가 미적거리는 동안 이에 지친 시민이 결국 대구를 떠나 직장이 있는 구미로 이사했다. 다행히 전문가와 시민들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고속도로 차로 축소 후 도시고속도로 확장' 안을 7일 대구시가 발표하면서 이 같은 일이 더는 없을 것 같다.

대구시로서는 '단군 이래 최초'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대업을 이뤄냈다. 하지만 철옹성 같던 국토부와 도로공사를 움직인 것은 대구시만의 노력은 아니다. 시가 45번이나 서울을 오가며 해결책 마련에 골몰하도록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행동을 취한 250만 시민과 지역 정치권의 도움이 없었다면 고속도로 차로 축소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6개월여 노력 끝에 시는 고속도로 한 차로 외에도 많은 것을 얻었으리라 생각한다. 중앙정부를 합리적으로 설득하는 방법과 시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는 방법이다.

한 공무원은 "도시고속도로 지정체 대책을 마련하면서 중앙정부를 상대로 지방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것이 꼭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며 "앞으로 시민을 위해 더욱 앞장설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털어놨다.

시민들도 많은 것을 배웠다.

'수구꼴통' 소리까지 들었지만 언제든지 문제를 제기하고 행동을 취하는 변화를 경험했다. 성서지역발전연구회 배재회 회장은 "도시고속도로 문제를 겪으면서 지역 주민이 시책에 대해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도시고속도로가 뻥 뚫리기까지 예산확보와 공사기간 단축 등 아직 많은 것이 남았다. 대구시와 시민이 지금까지 배운 것을 잊지만 않는다면 지정체가 없어진 도시고속도로를 꿈꿔봐도 될 듯하다. 절을 떠난 중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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